[성산칼럼] 정월 대보름, 남해 몽돌 바닷가에서 이루어지는 ‘줄다리기’- 서정매(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

음력 1월 15일, 전국에서는 대보름을 맞이하며 다양한 축제가 한창이다. 예로부터 정월 보름 아침이면 마을 단위로 당산제를 지내고, 낮에는 가가호호 지신밟기를 하여 액운을 없애고 만복을 기원하였으며, 보름달이 뜰 무렵에는 달집을 태우며 한해의 소원을 빌었다.
또 정월 대보름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마을 축제로 이루어져 왔던 놀이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줄다리기를 들 수 있다. 줄다리기는 정월 대보름날 전국적으로 이루어진 마을 놀이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그 수가 줄어들고 사라지게 되면서 무형유산으로 전승되고 있다.
경남의 경우에는 밀양 감내게줄당기기, 창녕 영산줄다리기, 의령큰줄땡기기, 남해선구줄끗기 등 4종목이 무형유산으로 전승되고 있는데, 현재 전국을 통틀어 줄다리기 종목이 당진, 삼척을 포함한 6개뿐이라는 점에서 경남지역의 줄다리기는 한국을 대표하는 민속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줄다리기는 2015년 12월 3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때, 동아시아 쌀농사 지역인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와 공동 등재되었다. 이 부분은 매우 눈여겨볼 점이다. 왜냐하면 줄다리기는 전 세계에서 동아시아 일대에만 남아있고, 그 재료가 공통적으로 볏짚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즉 줄다리기는 벼농사를 짓고 살아온 지역에서만 전승되고 있는 글로벌 무형문화유산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현재 6곳(밀양, 창녕, 의령, 남해, 삼척, 당진)이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이곳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도 줄다리기가 전승되고 있다. 1941년 일제강점기에 간행된 ?조선의 향토오락?에서 조사된 줄다리기의 분포 지역은 총 161개 지역이었다. 경상도가 32개, 전라도가 29개, 충청도가 19개, 강원도가 11개, 경기도가 10개, 평안도가 5개, 함경도가 5개, 황해도가 4개 등으로, 경상도와 전라도가 가장 분포가 컸고, 그다음 충청도, 경기도의 순이었다.
이는 당시 농경지의 분포와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또 줄의 재료는 볏짚이지만, 지역에 따라 칡, 억새, 죽피 등도 사용하였다. 따라서 줄다리기는 전승이 중단되었던 것이 다시 이어지게 되면서 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것일 뿐, 지금도 많은 지역에서는 크고 작은 규모의 줄다리기가 마을 단위 또는 지역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다.
줄다리기는 두 편으로 나누어 줄을 당기는 놀이로, 지역에 따라 명칭이 다양하다. 특히 경상남도 무형유산 중 ‘남해선구줄끗기’는 명칭이 줄다리기가 아닌 ‘줄끗기’여서 자칫 줄다리기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남해 선구마을은 예로부터 줄다리기를 ‘줄끗기’라고 불러왔고, 그 명칭 그대로 무형유산 종목명으로 사용하였다. 즉 ‘줄끗기=줄다리기’이다.
경남 남해 서남쪽에 위치한 선구마을에서는 정월 대보름마다 윗마을과 아랫마을 주민들이 남쪽과 북쪽으로 편을 나누어 풍농과 풍어 및 마을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는 줄다리기를 해 왔다. 일제강점기에 중단되었지만, 1989년 향토문화연구가 김찬중 씨에 의해 재현이 이루어지게 되면서 2001년에 경남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남해선구줄끗기는 윗마을과 아랫마을이 각각 당산제를 지낸 다음, 마을 몽돌 해변에 모여, 미리 준비한 암고와 숫고에 나무비녀를 꽂아 줄을 당긴다. 농사를 주로 하는 윗마을의 암고가 이기면 풍년, 어업을 주로 하는 아랫마을의 숫고가 이기면 풍어가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승패를 떠나서 화합을 위한 대동단결의 의미가 더 크다.
수십, 수백 명이 함께 하는 줄다리기. 처음 만난 이들도 이날만큼은 마음과 마음이 모여 하나가 된다. 매년 정월 대보름에 이루어지는 전통 민속놀이 줄다리기에 직접 줄을 잡고 당겨보는 것은 어떨까.
서정매(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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