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칼럼] 우울증 사회와 개혁의 필요성- 김경복(경남대 국어교육과 교수)

기사입력 : 2025-02-26 19:22:10

오늘날 우리 현실에서 가장 걱정되는 일은 사회적 병리 현상의 하나로 발생하는 ‘우울증’이다. 우울증은 유전적 요소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사회적, 심리적 요소들에 의해 더 심각하게 발생한다. 상처받은 자존심이나 세상에 대한 허무감, 심한 스트레스, 또는 상대적 박탈에 따른 심각한 상실감, 대인관계에의 두려움 등의 문제가 우울증을 유발한다.

사회를 살펴보면 이러한 우울증이 발생하지 않고서는 배겨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 온갖 부분에서 터져 나오는 비리와 부정, 특히 교육현장의 붕괴에 따른 한 초등학교 교사의 동반 자살 소식 등은 탄식을 넘어 실의에 빠지게 한다. 우울증의 원인들이 세상에 가득 찼다. 이러한 것들을 우리가 뉴스에서 접했을 때 안타까움을 넘어서 심한 좌절감을 맛보게 되는 것은 그것이 남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내 문제’로 비치기 때문이다. 우울증의 문제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문제이며, 그것의 치유 또한 사회적 현안이다.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우울증의 발생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필자가 보기로 가장 본질적인 것이 자신의 삶의 실천으로서 갖는 ‘노동에 대한 소외’가 아닐까 한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노동은 생활의 영위를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면서, 동시에 자아실현이라는 측면에서 가치 창출의 바탕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노동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면 그 사회는 근본에서부터 사회적 병리 현상에 노출된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아실현이란 경제적 관계 속에 실현되기 때문에 정당하면서도 적절한 보수 체계가 필수적인데, 이러한 보수 체계가 확립되지 못한다면 노동은 그 신성한 가치를 상실하고 ‘도로(徒勞)의 일’, 즉 쓸데없는 일이 되거나 ‘자기모멸의 행위’가 되고 만다. 한마디로 치유할 길 없는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이 우울증의 실체를 확인하는 소식은 그런 점에서 더욱 암담한 느낌을 준다. 청년들이 말하는 ‘헬조선’이라는 말도 그렇고, 요즈음 세대들이 절망하고 있는 집 마련 소식, 곧 자신의 평생 모은 임금으로도 아파트 한 채 가질 수 없다는 데서 더 나아가 전세 사기로 영혼마저 피폐해진 내용들은 미래 세대들로 하여금 암울한 생각에 빠지게 한다. 그런 현상이 결혼을 기피하게 하고 결혼하더라도 자녀를 두지 않으려는 세태로 이어져 ‘인구 소멸’, ‘지역 소멸’이라는 최악의 사회적 모순을 만들고 있다. 사회적 문제 상황이 악순환의 궤도에 서 있는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으로 들어선 트럼프 2기 체제가 만드는 도 넘은 일국주의, 자국 보호주의의 여파는 세계마저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설상가상인 우리나라는 더욱 암울해 보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글을 쓰는 나 자신도 답답하여 이 심각한 사회 병증과 현실을 고칠 방안은 없는가 하고 묻고 싶다. 방안이 쉬이 찾아질 리 없다. 쉽게 찾아진다면 그것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니다. 병증은 분명해 보이는데도 처치와 치유가 쉽게 발견되지 않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역사가 우리의 기대를 배반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보다 나은 내일에 희망을 걸며 전진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문제는 역시 개혁이다. 사회적 개혁만이 개인의 무력감과 상실감을 달래줄 수 있다. 개혁은 역동적인 상태인 만큼 우울증이 갖는 정적이고 퇴영적인 그늘을 걷어낼 수 있다. 탄핵으로 뒤숭숭한 시국에서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개혁이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본다. 참된 개혁이 이루어져 우울증이 사라지고 젊은 세대가 활기차게 사는 미래를 꿈꿔 본다.

김경복(경남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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