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무대 채운 ‘숨막히는 연극 열정’

경남연극제 준비로 한창인 극단 ‘고도’와 ‘미소’ 찾아가 보니

두 극단 모두 창작초연작 올려

20일 개막 앞두고 연습 또 연습

기사입력 : 2015-03-09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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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미소 ‘세탁소엔 붕어빵이 있다’

‘전국연극제 입상보다 경남연극제 입상이 더 어렵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치열한 경남연극제. 도내 연극인들은 한 해를 벼린 작품에 완성도를 더하며 오는 20일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주말도 잊은 채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연극인들의 열정을, 창작초연작을 출품한 두 개의 극단을 통해 만나 본다.

20일 오후 7시 30분 진해문화센터에서 개막작으로 경연 첫 테이프를 끊는 진해 극단 고도와 28일 오후 7시 30분 올 연극제 8번째 경연팀으로 나서는 창원 극단 미소, 두 극단이 일요일도 없이 연극제 준비에 매진중이라는 말을 듣고 자체 소극장을 방문했다. 취재진을 맞느라 대본을 보다 고개를 드는 단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어려 있기는 고도나 미소 두 극단 모두의 공통점. 미완성의 무대장치를 펼쳐두고 연습중이지만 한창 달뜬 그들의 열정이 연습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창원시 진해구 이동에 있는 고도의 소극장 판에는 20년 경력의 베테랑 배우와 몇 개월 경력의 초짜 배우가 뒤섞여 간간이 웃음이 터지는 연습장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무대는 지켜보는 스태프들의 진지한 열기와 엉켜 단숨에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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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고도 ‘철수와 영이’

배우들의 템포를 조절하며 연습무대를 지키고 있는 고도의 유병철 연출. 저작료를 주고 서울 기성극을 가져와 공연해야 하는 데 지쳐 2000년께부터 극작과 연출을 병행하고 있다. 이미 경남연극제에서 4번이나 희곡상을 거머쥔 도내 대표 작가지만 ‘별 거 아니다’며 자신을 낮추는 그는 우리나라의 근현대사가 개인의 삶에 미친 영향을 다룬 희곡들을 많이 선보여 왔다. 그의 연극제 출품작 ‘철수와 영이’도 그런 선상의 작품이다.

“남북분단, 위안부 할머니 등 소재에서 다소 어둡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코미디극도 해봤지만 어쩔 수 없이 무거운 주제로 돌아오게 되더군요. 이번 작품에서도 일제 강점기, 광복과 6·25전쟁, 4·19를 거치며 살아온 1940년대 생의 얽히고설킨 개인사들을, 철수와 영이의 변치 않는 사랑을 통해 표현해 보려고 합니다.”

두 달여의 짧은 창작기간에도, 다섯 번이 넘는 개작 과정을 거치고 그것도 모자라 연극제가 코앞인 지금도 대사를 손 보고 있다는 ‘세탁소엔 붕어빵이 있다’의 작가 장종도씨 역시 희곡작가로 명함을 내밀 정도가 된 극단 미소의 배우 겸 연출가다. 일련의 작품을 통해 범상치 않은 외모와 화법으로 유쾌 발랄한 극단 미소의 색을 잘 드러내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이번에 초연되는 ‘세탁소엔…’도 미소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다. 곳곳에 산재한 웃음 유발 코드가 연습을 지켜보는 이들을 실컷 웃기기도 하고, 장애에 대한 편견과 오해에 대해 ‘아픈 것은 죄가 아니다’라며 위로하는 여배우의 대사에서는 살짝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 마력도 지녔다.

다큐멘터리, TV 프로 등을 보고 틱병을 갖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됐다는 장 작가는 “쓰면서 많이 슬프고 아팠다. 극화하면서 이웃의 반성과 이해를 통해 그래도 살만하다는 따뜻한 느낌을 주기 위해 애썼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숙경 기자 hsk8808@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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