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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당, 관리감독 주체없는 ‘사고 사각지대’

하동 청학동 상습폭력 사태 왜

등록 학원 숙소 개념 10여개 운영

학원법·수련시설 적용 받지 않아

기사입력 : 2021-03-30 20:32:28

최근 발생한 하동 청학동 서당 입소생들의 ‘엽기 상습폭력’ 사태는 관리감독 주체가 없는 탓에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제도적 맹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하동군과 하동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이번 청학동 서당 입소생들의 상습적 폭력과 학대 사건은 간간히 터져 나왔다.

지난 29일 하동군 청학동 한 서당 입구. 이 서당은 최근 학생간 폭력 문제가 발생했다./연합뉴스/
지난 29일 하동군 청학동 한 서당 입구. 이 서당은 최근 학생간 폭력 문제가 발생했다./연합뉴스/

청학동에는 공식적으로 총 8개의 시설이 있는데 2곳은 청소년수련원 형태로 하동군 소관이다. 나머지 6곳은 개인과외교습자 또는 학원으로 등록돼 하동교육지원청의 지도감독을 받는다.

하지만 이번 엽기 폭력은 지자체와 교육기관의 지도감독을 받지 않는 서당에서 발생했다. 서당은 학원법에 따른 교습소·학원도 아니고 수련법에 따른 청소년수련시설도 아니어서 관리주체가 없는 사각지대에 있다.

이 같은 서당은 10개 내외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청학동 서당에서 최근 사건과 유사한 폭행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예절·인성교육 등 교습행위를 하는 모든 서당은 등록할 것을 판결했고 이후 서당들이 개인과외교습자 또는 학원으로 등록을 하게 됐다.

그러나 서당을 운영하던 사람들이 개인과외교습자 또는 학원을 등록하고, 원래 운영하던 서당은 폐쇄하지 않고 일종의 숙소 개념으로 계속 운영해 왔다. 청학동 폭력 사태는 대부분 이 같은 서당에서 발생했다.

하동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서당은 수련시설도 아니고 관리감독 주체가 아무도 없는 사각지대에 있다”며 “서당에서는 교습행위를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숙식을 하면서 다른 활동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관리감독 주체를 떠나서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하동군 관계자는 “지자체는 청소년수련시설 2곳만 관리하고 있어 그 외 서당과 교습소, 학원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운영되는지 모르고 있고 지자체 관리를 받지 않는다”며 “청소년수련시설은 1박 2일, 일주일 등 단체학생들의 단기 수련 목적이라 폭력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운영하지도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잇따른 청학동 서당의 폭력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서당의 폭력 사건은 언제든 또 터질 수 있는 상황이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우선 서당의 개념 정립이 중요하다. 전통문화라고 생각한다면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지원조례를 만드는 등 교육기관과 지자체가 협조해 서당이 제도권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종시와 천안시의 경우 향교, 사원, 서당 등에 대한 체계적 관리를 위해 지원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김호철 기자 keeper@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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