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대형 어학원 ‘먹튀 폐업’… 학부모 고소 잇따라

학원 사업 운영사 소유 어학원 2곳, 부도 통보 직전 교습비 선납 유도

원장 포함 직원 43명 임금 체불도 학부모, 회사 등 고소… 경찰 수사

기사입력 : 2024-10-06 20:44:29

창원지역 대형 어학원이 운영사 부도를 이유로 돌연 폐업하면서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어학원은 폐업 사실을 통보하기 직전까지 교습비 현금 결제를 유도하고 선납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돼 피해 학부모들이 잇따라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운영 중단 문자를 보내고 문을 닫은 창원의 한 어학원 앞에 지난 4일 관계자들이 모여 있다./김승권 기자/
운영 중단 문자를 보내고 문을 닫은 창원의 한 어학원 앞에 지난 4일 관계자들이 모여 있다./김승권 기자/

지난 4일 오전 10시 30분께 창원시 성산구 한 영어전문 어학원. 출입구 열림 버튼을 눌러봤지만 굳게 잠긴 문은 열리지 않았다. 불이 꺼진 내부는 인기척 없이 강의실만 덩그러니 남아 적막만 가득했다. 입구 앞에는 학원 운영 중단 사실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학부모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전날 학원 측이 운영 종료를 알리면서 모든 수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로의 피해 사례를 공유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 학부모는 “학원에서 지난 9월 할인행사를 해서 3개월 수강료 80만원을 납부했다”며 “당장 애들 수업도 문제지만, 환불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 답답한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취재 결과, 운영 중단으로 문제가 된 어학원은 C어학원과 A어학원으로, 두 곳 모두 학원 사업을 영위하는 D회사(운영사)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운영사는 모 교육서비스 기업으로부터 교육자료와 커리큘럼 등 학원 전반 시스템을 사들여 두 어학원을 운영했다. 그러다 운영사의 장기화된 경영난으로 학원 원장을 포함한 직원 43명의 임금이 체불됐고, 결국 지난달 25일 부도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학원 측은 더는 운영이 힘들다고 판단해 지난 3일 학부모들에게 운영 종료 사실을 알렸다.

문제는 학원 측이 운영사의 부도 사실을 인지한 이후에도 현금 결제를 유도하면서 수강료를 받았다는 점이다. 피해 학부모로부터 입수한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해당 어학원은 운영사로부터 부도를 통보받은 이틀 후인 지난달 27일 학부모들에게 법인사업자에서 개인사업자로 변경한다는 사실을 알리며 수강료 납입을 현금과 계좌이체로 유도했다. 이로 인해 다수 학부모가 학원 폐업 직전까지 수강료를 납부했다. 더욱이 지난 8월부터 진행한 3개월 선납 할인이벤트에서도 현금 결제를 유도한 것으로 알려져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피해 학부모 한유진(성산구·41)씨는 “대형 학원이라서 믿고 3개월치 선결제를 했고, 교재도 무료배송 때문에 3개월치 미리 샀는데 너무 당황스럽다. 당장 책임지는 곳이 없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아이가 저학년인데, 학원 일정이 틀어져서 당장 다음 주부터 돌봄 공백이 생겨서 더욱 막막하다”고 말했다.

현재 일부 피해 학부모는 어학원 운영사와 원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해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창원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4일 피해 학부모 10명의 고소장이 접수됐다”며 “피해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10월 7일부터 곧바로 수사를 시작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해당 학원 원장은 취재진과 통화에서 “학원을 믿고 찾아준 학생과 학부모에 죄송한 마음이 크다. 카드로 수강료를 결제한 건에 대해서는 최대한 카드 결제 취소하는 방법을 알아보면서 실제 취소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현금으로 결제한 경우에는 운영사로 바로 입금이 돼서 사실상 환불이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를 포함한 직원들과 퇴직자들도 입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직원들과 함께 노동청에 진정을 넣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운영사 부도 이후 수강료를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운영사에서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고용승계를 제안해 수강료를 받아 학원 운영을 이어나갈 생각이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부채가 너무 커 폐업을 결정하게 됐다”며 “이후 다른 회사나 제삼자 인수를 통해 학원을 정상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지만 결국 무산됐다”고 해명했다.

취재진은 학원 운영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한편,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교육당국이 정확한 피해 규모 파악에 나섰지만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창원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운영사 등에 연락을 하고 있지만 전화를 받지 않고 있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며 “현재는 교육청에 접수된 피해 사례를 중심으로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현 기자 kimgij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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