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1063) 충서이이(忠恕而已)

- 자기에게 최선을 다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라.

기사입력 : 2025-01-21 08:44:31

〈논어〉하면, “2600년 전의 원시시대의 공자가 한 말인데, 오늘날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는 선입감으로 필요 없는 책으로 간주해 버린다. 그러면 〈논어〉에 담긴 좋은 내용이라도 그런 사람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특히 조선시대 성리학자들은 이익(利益)과 의리(義理)를 지나칠 정도로 적대적으로 구분하여, 이익은 절대 취하면 안 되는 것으로 착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불의(不義)한 이익은 취하면 안 되지만, 정당한 노력에 의해서 얻은 이익은 불의한 것이 아니다. 공자도 정당한 이익을 취하지 말라고 한 적이 없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 널리 팔리는 〈논어와 주판〉이라는 책이 있다. 일본 사람 시부사와 에이치(澁澤榮一 : 1840~1931)가 쓴 책이다.

시부사와는 〈논어〉 속에 주판이 들어 있고, 주판 속에 〈논어〉가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곧 인간의 생활에 상업적인 요소가 없을 수 없고, 상업적인 요소 속에 윤리가 없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시부사와는 원래 정통 사무라이였다. 그러나 어려서 〈논어〉 등 사서(四書), 〈사기(史記)〉, 〈당송팔가문(唐宋八家文)〉 등 한문 고전을 많이 공부했다.

그러나 1867년 파리만국박람회에 갔다 온 뒤, 발달한 서양문물을 보고 빨리 배워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명치유신(明治維新) 이후 공무원이 되어 국가의 재정과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일을 했다. 1873년 물러난 이후 은행, 증권회사, 맥주회사 등 500여 개 기업을 창업했다.

동경경제대학 등 대학도 세우고, 공익사업, 국제교류 등에도 힘을 쏟았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일본 기업의 아버지’ 등으로 추앙받는다.

그가 국가 경제정책을 세우고, 은행, 기업, 공익단체, 국제교류단체 등을 세우는 기본 발상은 항상 〈논어〉에서 나왔다.

사람이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살아가는 데 필요한 두 가지 원칙인 자기 관리와 다른 사람과의 교섭에 관한 가르침이 다 들어 있다.

자기 관리는 〈논어〉에 나오는 말로 하면, ‘자기를 닦는 일[修己]’이고 ‘다른 사람과의 교섭’은 ‘자기를 미루어 나가는 일[推己]’이다. 자기를 닦는 데는 ‘자기 최선을 다하는’ 충(忠)이, 다른 사람과의 교섭에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서(恕)가 필요하다.

어느 날 공자께서 “나의 도(道)는 하나로써 꿰뚫는다.”라고 말씀하시자, 제자들이 어리둥절하였다. 증자(曾子)가 “스승님의 도는 충(忠)과 서(恕)일 따름이지요.[夫子之道, 忠恕而已.]”라고 해석해 주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혼자만 잘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

이 두 가지 큰 원칙이 〈논어〉에 다 들어 있다. 〈논어〉를 잘 읽으면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일을 잘할 수 있다.

* 忠 : 충성 충. * 恕 : 용서할 서.

* 而 : 말이을 이.

* 已 : 이미 이. 그만둘 이. 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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