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1064) 수세이진(隨歲而進)
- 해를 따라서 진보한다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큰 보람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곧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있으리라고 믿고서 살아가는 것이다. 내일이 오늘보다 못할 것이 확실하다면, 인생을 포기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오늘날 중국의 번영을 있게 만든 강택민(江澤民) 주석이 애용하던 말에 “내일은 더욱 좋아질 것입니다.[明天更好.]”가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좋은 말이다.
〈장자(莊子)〉에 “공자(孔子)는 예순 살이 되도록 예순 번 변화했다.[孔子, 行年六十, 而六十化.]”라는 말이 있다. 살아가는 동안 생각과 안목이 계속 발전했다는 말이다.
공자는 〈논어(論語)〉에서 정신세계의 변화를 이야기한 것이 있다. “나는 열다섯 살에 성인(聖人)의 학문에 뜻을 두어, 서른 살에 일가견(一家見)이 섰다. 마흔 살에는 세상의 도리에 미혹(迷惑)함이 없었고, 쉰 살에는 하늘이 나에게 부여한 사명을 알았고, 예순 살에는 듣는 말이 바로 순순히 귀에 받아들여졌고, 일흔 살이 되자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원칙을 넘지 않더라.[吾, 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점점 인격이나 학문이 성숙하여 대자연의 조화(造化)와 일체가 되는 경지에까지 이른 것이다.
고려(高麗)의 대문호(大文豪) 백운(白雲) 이규보(李奎報)는 “내가 평생 지은 작품은 해를 따라서 발전했다. 작년에 지은 것을 금년에 보면 우습다. 해마다 이러했다.[吾, 平生所作, 隨歲而進, 去年所作, 今年視之可笑. 年年類.]”라고 말했다. 그의 시문(詩文)은 노년에까지 매년 발전이 있었다는 말이다.
나이가 들면 단순한 기억력은 젊을 때보다 못 하지만, 종합적인 사고 능력은 더 나아진다고 하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세상을 마치는 날까지 발전을 도모하여 더 나아진 경지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주자(朱子)는 “아직 한 가닥 숨이 남아 있다면, 이 뜻이 조금이라도 게을러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一息尙存,此志不容少懈.]라 하였는데,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까지 〈대학(大學)〉의 주석을 고쳤다.
해가 바뀌어 을사(乙巳 : 2025)년이 되었다. 천지자연의 운행에서 반복되는 단위로 잘라서 사람 위주로 시간 단위인 연, 월, 일, 시간 등을 만들었다. 어떤 계획을 세우고, 측량하고, 예측하고 회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역사적으로 을사년에는 간신들이 어진 선비를 많이 죽이고 귀양보낸 을사사화(乙巳士禍 : 1545년), 일본인들이 우리의 외교권을 박탈하여 실질적인 식민지 국가로 만든 을사늑약(乙巳勒約 : 1905년) 등 좋지 않은 일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말에 ‘을씨년스럽다’의 ‘을씨년’의 어원이 ‘을사년’에서 나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앞으로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역사에 좋은 을사년으로 남도록 다 함께 노력하자.
* 隨 : 따를 수. * 歲 해 세.
* 而 : 말이을 이. * 進 : 나아갈 진.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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