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1066) 인연제회(因緣際會)
- 인연이 되어 서로 만나 뜻이 맞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라 한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가까이로는 부모형제, 스승, 친구, 동료, 거래 관계 등등 겹겹으로 얽혀 여러 가지 관계를 맺고서 살아가고 있다.
살아가면서 좋은 관계도 많지만, 좋지 못한 관계도 혹 만난다. 처음 만나 끝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별로였는데 점점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좋았다가 나중에는 안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시종일관(始終一貫) 관계가 안 좋은 경우도 적지 않다. 역사적인 인물들의 활동상을 보면, 대개 이런 네 가지 유형을 벗어나지 않는다.
두 사람 사이에 뜻이 꼭 맞아 무슨 일을 잘 이루는 경우를 특별히 ‘제회(際會)’라는 단어로 일컫는다. 연세대학교 송복(宋復) 교수는 ‘우리나라 역사상 3대 위대한 만남’을 들었다. 첫째 삼국통일을 완성한 김춘추(金春秋)와 김유신(金庾信)의 만남, 둘째 임진왜란(壬辰倭亂) 때 나라를 구한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 선생과 이순신(李舜臣) 장군의 만남, 셋째 제철산업을 일으켜 자동차, 조선공업을 가능하게 한 박정희(朴正熙) 대통령과 박태준(朴泰俊) 포항제철 창업자의 만남을 들었다.
사람마다 의미 있는 만남을 평가하는 시각이 다르겠지만, 필자는 작년에 돌아가신 퇴계선생(退溪先生) 16대 종손 청하(靑霞) 이근필(李根必) 선생과 도산서원(陶山書院) 선비문화수련원 김병일(金炳日) 이사장의 만남도 위대한 만남의 하나로 넣고 싶다.
2001년 퇴계선생 탄신 500주년 기념행사를 치르고 남은 돈 1억원으로, 종손은 선비정신을 기르기 위해서 선비문화연구원을 창립하였다.
그러나 초창기에는 건물도 없었고, 정해진 연수 과정도 없었다.
그러다가 김병일 이사장이 2008년 부임한 뒤에 원사(院舍)도 건립하고, 시설도 갖추고, 연수 과정도 구체적으로 마련하였다. 지금 연수원을 수료한 인원이 160만 명에 다가가고 있다. 전국의 연수원 가운데서 가장 바람직한 연수원이라는 평가를 받고, 연수를 받은 사람들이 가장 감명받은 연수원이라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퇴계선생 종손과 이사장 두 분이 이루어낸 결과다.
종손과 이사장 두 분은 서로서로 존경하면서 조화를 이루어 연수원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종손은 설립자라고 지시하거나 간섭하는 일이 일절 없었다. 이사장은 종손의 가르침을 받들어 연수원을 운영했고, 조금만 의심이 들거나 어려움이 있으면 반드시 의논해서 문제를 풀어갔다.
이제 종손은 돌아가셔서 아쉽지만, 연수원은 본궤도에 올라 계속 발전하고 있다.
역사상 좋은 인물이 만나 뜻을 합쳐 좋은 업적을 이루는 사례를 잘 배워, 우리 모두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화합하여 나라와 사회를 좋은 쪽으로 발전시켜 나가자.
* 因 : 인할 인. * 緣 : 인연 연.
* 際 : 끝·만날 제. 會 : 만날 회.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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