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주년 경찰의 날 기획] 주요사건 해결 비하인드

전국 쫓아다니며 걸음걸이까지 추적… 수사력 발휘 경남경찰

기사입력 : 2023-10-19 20:46:18

21일 제78주년 경찰의 날을 맞는다. 경찰은 이번 기념식을 통해 국민 곁에서 함께하는 ‘국민의 경찰’로 정진할 것을 다짐했다. 시민들의 안전한 일상을 지킬 수 있도록 현장 치안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수사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주어진 임무가 막중하다. 올해 경남경찰은 지역에서 수백, 수천억대 대형 범죄 사건을 연달아 해결하는 등 역량을 발휘했다. 경찰의 날을 기념하며 주요 사건을 해결한 주역들의 숨은 활약을 소개한다.


합천호텔 횡령범 잡은 김진산 경감
작은 단서 쫓아 3개월여만에 검거

1100억 사기범 잡은 강정민 수사관
전국 동일사건 21건 병합해 일망타진


◇합천호텔 250억원 횡령사건= “그 사람을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을지 잠이 안 왔다니까요.”

경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 2팀장 김진산(50) 경감의 말이다. 김 경감은 1999년 경찰에 경장 특채인 조사특채요원으로 들어와 수사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2팀에선 최근 지역 이슈였던 ‘250억 횡령 합천 호텔사업’ 사건을 해결했다. 합천영상테마파크 내 호텔을 조성하겠다던 시행사 대표가 지난 4월 잠적한 뒤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3개월 반 만인 8월 검거됐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250억원을 횡령하는 등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시행사 명의상 대표, 부사장 등 3명이 구속된 사건이다.

김진산 경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 2팀장이 경찰의 날을 앞두고 각오를 밝히고 있다./김재경 기자/
김진산 경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 2팀장이 경찰의 날을 앞두고 각오를 밝히고 있다./김재경 기자/

김 팀장은 “우리는 생활 반응(활동 흔적)을 추적했지만 대표가 도주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바꾸기도 했고, 작정하고 숨은 탓에 조속한 검거가 쉽지 않았다. 주말도 반납하고 야근도 하고 팀원들이 애를 썼다”고 했다.

김 팀장은 “인천에서도 찾아보고, 전국적으로 행방을 쫓던 중에 대전에서 작은 단서가 나와 수사관 2명이 먼저 갔는데, 주변 CCTV를 분석해 마침내 모텔에 있는 것으로 소재가 확인됐다. 즉시 저와 수사관도 대전으로 이동해 검거 작전을 펼쳐 8월 5일 자정께 붙잡을 수 있었다”고 검거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숙하던 방에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니, 자기가 잡힐 줄 꿈에도 몰랐는지 너무 놀라서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붙잡히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하더라. 이때 죄짓고는 못 산다는 말이 떠올랐다. 도망 다니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변에서 꼭꼭 숨은 것을 어떻게 잡느냐고 했는데, 실제로 잡았지 않나. 그러니 ‘우리나라 경찰 대단하다’고 하더라. 자부심을 느꼈다”며 “지자체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건 평생 처음 본 사건이다. 범죄가 날로 진화하고 있지만 우리도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아무리 지능이 높은 범인이라도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1100억대 코인 사기 일망타진= “일망타진하겠다는 신념만 가지고 수사했는데 생각지 못한 특진도 하게 돼서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창원서부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수사팀 수사관 강정민(40) 경감의 말이다. 그는 범인 검거 이후 국가수사본부 특진 대상에 선정돼 지난달 27일 경감으로 특진했다. 300% 고수익을 미끼로 6610명을 속여 1100억원 상당을 받아 가로챈 일당을 검거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투자업체 대표인 50대 총책 등 11명은 구속됐다.

창원서부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수사팀 수사관 강정민 경감이 지난 18일 78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이 열린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본인 제공/
창원서부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수사팀 수사관 강정민 경감이 지난 18일 78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이 열린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본인 제공/

창원서부경찰서는 지난해 창원지역 피해자 40명이 제출한 고소장을 기반으로 수사하던 중 방대한 사건 규모를 인지하고, 경찰청으로부터 집중 수사관서로 지정받은 뒤 전국에 접수된 동일 사건 21건을 병합해 수사를 벌여 왔다.

강정민 수사관은 “서 단위에는 고소, 고발이나 민원이 많기 때문에 전국 단위 사건을 맡는다는 게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면서도 “밤잠을 설치기도 했지만, 팀원들이 많이 도와줘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강 수사관은 “자체 개발한 코인이 조만간 국내에 상장되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속여 피해 규모가 커졌다”며 “코인을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고 기프티콘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수법으로 피해자들의 신뢰를 얻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피의자들이 도주하는 일도 있었다. 강 수사관은 “주요 피의자인 총책과 센터장이 영상실질심사를 앞두고 도망가면서 직원들이 모두 이 사건에 매달렸다”며 “실시간 위치추적과 주변 탐문뿐만 아니라 CCTV를 통해 풍채와 걸음걸이, 그림자 동선까지 추적했다”고 말했다. 이어 “총책은 서울의 한 주택 은신처에서 검거했고, 센터장은 양산 일대를 탐문하다 길에서 발견해 수갑을 채웠다”며 “마지막 검거 순간에는 팀원들과 함께 고생한 것들이 스쳐 지나갔다”고 회상했다.

김재경·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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