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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경남신문 신춘문예 '동화' 심사평]

자연과 사물, 인간이 하나 되는 어울림

기사입력 : 2020-01-02 07:51:13

동화는 시적 산문이다. 압축성, 간결성, 단순명쾌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당선작인 ‘숲이 훔쳐갔지요’는 시적인 문장에다 동화의 기본 개념인 환상성이 잘 버무려져 모범답안적인 창작동화의 모습을 갖추었다. 주인공 할아버지는 나무를 다루는 솜씨가 좋다. 할아버지 손길에 의해 태어난 동물 인형들은 마치 살아있는 듯하다.

이림
이림
배유안
배유안

할아버지가 산에서 내려오다 허리를 삐끗하자, 여태 만들어진 동물 인형들이 할아버지 일을 대신 해준다. 별 밤에 새들과 짐승 인형들이 깨어나 저마다 맞는 농기구들을 들고 텃밭을 일구고, 풀을 매는 묘사는 압권이다. 어느 깊은 밤, 동물 인형들은 정령이 되어 모두 숲으로 돌아간다. 별다른 이유 없이 ‘이젠 숲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며 한꺼번에 가버리고 만다.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밀면서 잠시 머뭇거렸다면 이 대목 때문이었다. 동화가 환상성을 가지되 허무맹랑해지지 않으려면 개연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지은이는 절정 부분을 어영부영 넘기며 독자에게 갸웃거림을 주었다. 보다 센 갈등 구조를 제시하고, 보다 섬세한 세부 묘사를 해 시원하게 해결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과 사물, 인간이 하나 되는 어울림이 동화의 이상성에 잘 닿아 있어 좋은 점수를 주었다.

‘돌잡이 소동’은 어린이 심리 묘사가 잘 되어 있어서 끄는 힘이 강했다. ‘제2의 베트남 전쟁’은 해학적 현실 해석이 돋보였다. 간결한 문체와 환상성을 더하면 둘 다 아주 좋은 동화로 재탄생될 것임을 믿는다.

심사위원 이림·배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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