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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까지 폭삭… “지진 난 줄 알았다”

마산 산호동 LP가스 폭발현장

80·50대 모자 저녁 준비하다 ‘펑’

주택 5채 붕괴·파손… 7명 부상

기사입력 : 2021-02-02 20:30:20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건물과 유리창이 떨려 지진이 난 줄 알았습니다. 가스 냄새가 진동을 해서 놀란 주민들이 모두 거리로 뛰쳐나왔습니다.”

1일 오후 7시 15분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의 한 1층 단독주택에서 LP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로 2명이 크게 다치는 등 7명이 부상을 입었다. 폭발이 일어난 주택은 붕괴됐고, 인근 주택 4채도 벽체와 대문이 파손됐다. ★관련기사 2면

지난 1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의 한 주택에서 LP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2일 오후 무너진 지붕 주변으로 가재도구가 널브러져 있다./성승건 기자/
지난 1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의 한 주택에서 LP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2일 오후 무너진 지붕 주변으로 가재도구가 널브러져 있다./성승건 기자/

폭발 사고 이튿날인 2일 오전 10시께 찾은 현장. 사고가 일어난 주택은 전쟁 중 폭격을 맞은 폐허를 방불케 했다. 건물 옥상은 절반이 무너져 내렸고 일부 기둥만이 힘겹게 나머지 옥상을 지지하고 있었다. 건물 내부에는 장롱·서랍이 나뒹굴고 있고, 곳곳에 나무판자와 스티로폼이 파손된 채 있었다. 주택 앞 골목은 폭발로 떨어져 나간 건물 구조물들로 막혀 있었고, 골목에 설치됐던 가로등도 파손돼 있었다.

동네 주민들은 당시의 긴박함을 설명하면서 사고의 후유증을 호소했다.

피해 주택과 맞닿은 장모의 집을 찾은 한 주민은 “80대인 장모가 메스꺼움을 느껴 구토 증상을 계속 보여 걱정이다”며 “폭발 당시 충격으로 유리가 와르르 떨렸다고 들었다. 어제 장모가 피난 가듯 옷도 못 챙기고 나오는 바람에 오늘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폭발 사고가 발생한 주택과 30m 거리에 거주하는 류모(15)양은 당시 위에서 아래로 찍는 듯한 묵직한 굉음을 들었다고 말했다. 류양은 “언니와 집에서 쉬고 있던 중 폭발음을 들었다. 교통사고가 난 줄 알아 나가 보니 어둠 속에서 주택이 무너진 것이 보였다. 옆에 있던 주민이 119에 신고했다”며 “사고 이후에도 한동안 가스 냄새가 났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폭발음을 들은 주민들이 일제히 골목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날 동네에서 만난 주민들은 “폭발음과 함께 순간적으로 건물과 유리창이 엄청나게 떨렸다”, “놀란 주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서로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지진이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주민 등에 따르면, 폭발사고가 일어난 주택에는 A씨(81·여)가 홀로 살며 두 아들이 수시로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은 A씨가 두 아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가스렌지에 불을 켜는 순간 발생했다.

이 사고로 A씨와 아들 B(50)씨가 양쪽 팔 등에 중화상을 입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 C(53)씨와 이웃 주민 등 5명이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는 사고 현장에서 인명구조 활동을 펼치며, 옥상에 배치된 LP가스통 2개 표면에 성에가 낀 채 가스가 유출되고 있는 것을 확인해 밸브를 차단했다.

경찰은 LP가스 폭발 원인으로 여러 가능성을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사고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 수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3일 오전 11시 한국가스안전공사, 국과수 등과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감식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통상 2주가량 걸린다.

이한얼 기자·김용락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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