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비나이다-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기사입력 : 2025-02-19 19:17:51

얼마 전 통영시의 작은 섬 죽도마을에서 장장 1박2일에 걸친 굿판이 펼쳐졌다.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별신굿이다. 마을이 소중하게 간직해 온 ‘지동궤’ 문서에 굿에 대한 내용, 고종 황제가 굿을 허락한 사실, 나라의 쌀 지원 내력 등 죽도마을 별신굿 300년 역사가 기록돼 있다. 주민 감소와 고령화로 대부분의 마을굿이 사라졌지만 죽도마을 별신굿은 마을사람들의 노력으로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죽도마을 별신굿은 마을의 신들에게 굿을 신고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굿판에 참여하는 마을 대표들의 집을 돌며 부정을 씻어 낸 뒤 당산에 올라 마을의 수호신에게 밤새워 제를 올린다. 이튿날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가 달과 해에게 마을의 안녕을 빌고, 바닷가로 가서 용왕에게 풍어와 만선을 빈다. 비와 바람을 다스리는 가망할매에게 풍요를 비는 가망굿, 마마가 마을에 못 들어오게 해달라는 손님풀이 등이 이어진다.

▼2년에 한 번 치르는 죽도마을 별신굿은 마을의 가장 큰 이벤트이다. 하나만 삐끗해도 앞으로 2년 동안 마을의 안녕이 그르칠 수 있기에 작은 것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마을 주민들은 굿을 하기 수일 전부터 몸을 깨끗이 씻고 마음가짐을 정갈하게 한다. 부정 타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마을 아낙들은 굿당에 놓을 음식을 가장 크고 좋은 것으로 정성스레 준비한다.

▼무속, 주술, 무당을 꼭지로 한 뉴스가 최근 2~3년 동안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천공법사에 건진법사, 명태균 등이 줄줄이 이어지더니 급기야 국회에서 ‘비단 아씨’까지 만났다. 누구는 2050년까지 화성에 이주도시를 만들겠다고 장담하는 시대에 말이다. 정치면에 등장하는 무속뉴스를 보다 보면 ‘우리 마을 평안하게 해 주소서’라고 비는 죽도마을 주민들의 바람은 소박하다 못해 애처롭기까지 하다.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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