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된 공장 유지·보수에 매년 수천만원”
노후화 마산자유무역지역 가보니
1973년 지은 공장 곳곳 금 가고 누수
지반 침하로 배관 파손 물값만 수백
새로 짓고 싶어도 정부 소유 토지
장기적 투자 결정 내리기 어려워
“보수만으로는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그런데 제 땅이 아니니 공장을 새로 짓는 데 망설여질 수밖에요.”
4일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 공장. 입구 벽면 곳곳은 금이 가 있고, 바닥은 지반 침하로 인해 울퉁불퉁했다. 공장 곳곳에는 콘크리트가 떨어져나가 철근이 보이는 데도 있다. 천장에서는 매년 누수가 발생해 비오는 날이면 혹여나 제품에 물 떨어질까 노심초사다.

4일 창원특례시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 생산 공장 천장에 설치된 비닐에 빗물이 고여 있다./전강용 기자/
1973년에 지어진 이 공장은 노후화 정도가 심각해지면서 매년 수천만원의 유지 보수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
마산자유무역지역은 1970년 국내 최초로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지난해 말 기준 127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기업들은 계약을 맺고 자기자본으로 공장을 지어 운영해 왔다. 계약이 끝나면 추가 임대가 가능하지만, 토지 소유권이 없어 장기적인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게 입주기업체 이야기다.
같은 해에 지어진 또 다른 공장을 찾았다. 이곳 역시 외벽과 바닥 곳곳에 커다란 균열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닷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비가 오면 공장 바닥 1.5m 아래까지 물이 차올라 침수가 발생하기도 한다.
생산 공장 천장에는 빗물을 받치는 비닐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실리콘 작업을 통해 누수를 막아도 지반이 움직이니까 금방 벌어지고, 한 번 벌어진 곳은 계속 새기 때문에 잡을 수가 없다.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 공장 외부 바닥이 지반 침하로 인해 울퉁불퉁하게 갈라져 있다./전강용 기자/
“실리콘으로 메워도 지반이 움직이면서 금이 가고, 결국 또 누수가 반복됩니다. 다른 공장들 살펴보면 이제는 보수를 포기한 곳도 많을 겁니다.” 공장 관계자 A씨의 설명이다.
공업용수 배관 문제도 심각하다. 기업들은 직수배관을 통해 공업용수를 끌어다 사용하지만, 지반 침하로 인해 배관이 자주 파손된다. “배관이 매년 터집니다. 공사 비용만 500만원 이상이고, 터진 걸 인지하기도 어려워 한 번 터지면 한 달 물값이 수백만원씩 나옵니다.”
같은 문제가 발생한 인근 공장은 결국 직수배관을 지상으로 올려 설치했다.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 생산 공장 계단 아래에 철근이 드러나 녹이 슬면서 부식되어 있다./전강용 기자/
이재광 경남대 건축학부 겸임교수는 “요즘 공장들은 철골로 지어진 건물이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과거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들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재건축의 기준 중 하나가 콘크리트 피복 두께인데, 20년 정도 지나면 공기 중에 탄산가스 때문에 1년에 1mm씩 탄산화가 진행된다고 통상적으로 본다”며 “건물의 내구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이 철근 부식인데, 비가 새면 녹물이 흘러내린다든지, 철근 부식 천장을 열어봤는데 내부에 철근 부식들이 많이 보이면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50년 정도 됐으면 탄산화는 철근까지 진행이 다 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내 땅이어야 투자도 가능하다”
입주 기업들은 분양 전환 없이는 공장 현대화도, 경쟁력 강화도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50년 넘은 공장을 유지보수하는 비용만으로도 부담이 크다. 하지만 새 공장을 짓자니 땅이 정부 소유라서 투자 결정을 내리기도 부담스럽다.” 한 입주기업 대표의 말이다.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