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자기만의 집 등

기사입력 : 2025-02-26 08:07:29

△자기만의 집= 전경린 소설가가 2007년 내놓았던 장편소설 ‘엄마의 집’이 18년 만에 새 이름으로 돌아왔다. 책은 스물한 살 대학생 호은에 어릴 적 헤어진 아빠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아빠는 이복동생을 엄마에게 맡겨달라는 말만 남긴 채 사라지고, 세 여자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누군가는 실패한 사랑의 아픔을, 또 다른 이는 흔들리는 가족의 불안을, 혹은 방향을 잃은 정체성의 혼란을 책의 문장들에 비추어보며 공감하고 위로받았다. ‘엄마의 집’에서 성장했던 호은이 ‘자기만의 집’에서 자신만의 미래를 그려나간다. 전경린 저, 다산책방, 1만7500원.



△가야왕국=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즈음해 가야를 조명했던 여느 책을 생각했다면 조금 다르다. ‘가야제국 멸망의 역사 궁녀 아라는 어떻게 순장되었나?’를 부제로, 가야의 장례 풍습인 순장 제도를 들여다본다. 어쩌면 세계유산이 된 ‘가야고분군’의 본질에 더 닿아있다. 왕이 죽으면 저승에서 왕을 보필할 사람들을 함께 묻는 순장제도. 오늘날의 잣대로 잔인하고 야만적이라고 평가하는 이 제도는 2000년 전 당사자들이 생각하기에도 반인륜적인 풍습이 아니었을까. 윤만보 저, 지식공감, 1만8000원.



△너 하나면 돼= 허숙영 수필가의 평론 속 문장이 와닿는다. ‘수필은 중년 고개를 넘어선 사람이 쓰는 길이라고 피천득 선생은 말했다. 삶의 경험에서 얻은 인생의 향취와 여운이 스며 있기 때문이다’는. 칠순이 넘은 나이에 문단에 나온 하영옥의 수필이 그렇다. 특별히 눈물샘을 자극하는 경험이 없어도 잔잔하게 여운을 남기며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그는 ‘빛나게 누굴 받쳐줄 힘은 없지만, 은은하게 물들어 주위의 모든 사람을 아름답게 해주고 싶은 노년’이 되고 싶다. 하영옥 저, 경남, 1만5000원.



△철학적 사고는 북극성을 보게 한다= 창원에서 근무하는 12년 경력의 아파트 관리소장이 자신의 경험을 한데 녹였다. 저자는 여러 근무지를 거치며 느끼고 배운 아파트 관리 문화와 발전 방향들을 공유한다. 후배 주택관리사의 시행착오를 줄여줄 모범 답안지인 동시에 이 일이 자신의 길이 맞는지 확인하는 질문지이기도 하다. 그에게 아파트 관리란 철학적 사고가 필요한 일이다. 관리의 시작부터 소수의 이익을 대변하는 문화, 정치적으로 풀어가는 아파트 행정, 을과 갑의 위치 소장님 이야기 등 아파트관리소장 역량 강화를 위한 지침서. 김태현 저, 글끼, 2만원.



△명령에 따랐을 뿐!?= “명령에 따랐을 뿐이다.” 국가적 폭력 사태나 집단학살이 일어났을 때 많은 가담자들에게서 들을 수 있던 말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당시 병력을 출동시킨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측이 재판부에 보석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하며 한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들은 죄가 없을까? 진실은, 역사적으로 전쟁, 집단학살, 노예제도 같은 가장 끔찍한 일들은 복종 때문에 일어났다는 점이다. 유대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말했던 ‘악의 평범성’을 뇌과학 연구로 밝혀본다. 에밀리 A. 캐스파 저, 동아시아,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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