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선관위 ‘아빠 찬스’ 채용 비리
인사담당자에 자녀 지원 알려
합격자 내정 후 면접점수 조작
감사원 “11년간 878건 규정 위반”
감사원이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조직·인사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 결과 부정 채용 등 비리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선관위 전·현직 직원을 적발했다. 경남에서도 ‘아빠 찬스’를 이용한 채용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선관위는 지난 2021년 7월 경력직 채용시험 당시 경남선관위 과장으로 근무하던 A씨의 청탁으로 A씨의 자녀를 미리 합격자로 내정하고 면접점수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7개 시도선관위의 가족·친척 채용 청탁, 면접 점수 조작, 인사 관련 증거 서류 조작·은폐 등의 비위를 골자로 한 ‘선관위 채용 등 인력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를 지난달 27일 공개했다.
경남선관위의 과장 직원 A씨는 의령군에서 일하던 자녀가 선관위 경력공채에 응시하자 인사담당자인 동료에게 자녀의 지원서를 건넸다. 인사 담당자는 면접시험 후 A씨 자녀를 비롯한 5명의 이름이 적힌 ‘내정자 리스트’를 다른 직원에게 전달했다. 리스트를 받은 직원은 이들이 합격할 수 있도록 면접 점수가 적혀 있는 파일을 조작했다. A씨는 자녀 채용을 도운 동료에 벌꿀 두 통을 선물했다.
A씨는 경남선관위 채용계획 수립 전부터 인사담당 과장과 인사담당자에게 자신의 자녀 B씨의 응시 사실을 알리고 수차례 전화와 SNS·이메일·메신저 등으로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연합뉴스 자료사진/
감사원에 따르면 A씨의 청탁을 받은 경남선관위 인사담당은 면접 결과 인사담당과장이 건네준 합격자 명단에 없는 응시자가 1, 2순위가 되자 인사과장과 내부위원 2명이 연필로 작성한 평정표를 조작해 1, 2순위를 탈락시켰다.
감사원은 선관위 특혜 채용이 주로 지역 선관위 경력경쟁채용(경채)에서 발생한 정황을 파악하고 지난 2013년 이후 시행된 경채 과정을 전수 조사했다. 선관위 고위직부터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자녀 채용을 청탁하는 행위가 관례처럼 이뤄졌고, 채용 담당자들은 각종 위법·편법적 방법을 동원했다. 경채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지방 공무원을 국가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전형이다.
감사원은 최소 878건의 규정 위반을 확인하고 선관위에 전현직 직원 32명에 대해 중징계 및 인사자료 통보 등을 조치하라고 했다. 또 선관위의 이런 행태가 채용 기회를 얻지 못한 일반 응시자 등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등 공직 채용의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A씨와 인사담당 두 명 등 세 명에 정직 처분을 내렸다.
감사원은 “채용 비리와 관련한 사안은 신속한 수사 착수의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며 “조직·인사 실태에 대해서도 감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신속히 최종 감사 결과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