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터널 차량 불… 대피 방송 안들려 ‘공포의 1시간’
졸음운전 막기 위한 방송에 묻혀
시 “문제 발생 확인… 개선할 것”
창원터널에서 발생한 차량 화재로 폭발음과 함께 매캐한 연기가 자욱했지만, 대피 방송이 전해지지 않아 많은 시민이 불안에 떨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창원시와 경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전 11시 13분께 김해시 대청동 창원터널 내 장유 방향으로 달리던 승용차에서 불이 났다. 창원터널은 길이 약 2.3㎞로 긴 데다 폭이 좁고 통행량이 많아 상습 정체와 함께 사고 위험이 큰 곳으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터널로 향하는 차량이 많은 탓에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터널 안에서 화재 진압을 하고 있는 사설구급대원 양형일씨./연합뉴스/
다행히 당시 터널을 지나던 한 사설구급대원인 양형일씨가 1, 2차로 중간에 차를 세운 뒤 인근 소화전에서 꺼낸 호스로 불을 끄면서 어느 정도 불길을 잡았고, 뒤이어 소방대원들이 잔불을 정리했다. 화재로 인해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되면서 1시간가량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폭발음과 함께 터널 안이 매캐한 연기로 뒤덮였음에도 운전자들은 대피 방송을 듣지 못해 불안에 떨어야 했다.
당시 터널에 있었던 40대 A씨는 “불은 나고 폭발음까지 나서 손발이 떨리고 눈물이 났다”고 전했고, 또 다른 시민은 “막상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오도 가도 못 하고 갇혀 있는 상태에서 안내 방송도 없고 이러다 여기서 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창원터널 측은 당시 대피 방송과 문자 등 매뉴얼에 따른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창원터널을 관리하는 창원시가 사고 이후 현장에서 대피 방송을 틀었을 때도, 졸음운전을 막기 위해 틀어놓은 방송 탓에 제대로 들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현장에서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향후 대피 방송 방안을 모색해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형 기자 t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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