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정상화 위해 헌신했건만…” 원어민 강사들 분통

기사입력 : 2024-10-20 20:19:42

‘수강료 먹튀 폐업’ 창원 대형 어학원
11명 두 달 치 임금·퇴직금 미지급

기자회견서 운영사 대표 구속 촉구
고용부 “대표 출국 정지 요청할 계획”


속보= 최근 창원지역 대형 어학원이 운영사 부도를 이유로 돌연 폐업하면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원어민 강사들이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임금체불과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어학원 운영사 대표 구속을 촉구했다.(15일 5면)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외국어교육지회(이하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지난 18일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 임금체불과 부당해고한 폐업 어학원 운영사 대표를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어학원에서 근무하던 원어민 강사 10명도 함께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외국어교육지회가 지난 18일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 임금체불과 부당해고한 어학원 운영사 대표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외국어교육지회가 지난 18일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 임금체불과 부당해고한 어학원 운영사 대표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에 따르면 폐업한 어학원 2곳의 원어민 강사는 모두 11명이다. 이들은 어학원이 폐업하는 과정에서 8~9월 임금을 받지 못했다. 두 달 치 임금은 교사 1인당 500~600만원으로, 퇴직금까지 포함하면 전체 미지급 임금은 1억원을 훌쩍 넘긴다. 그뿐만 아니라 어학원 계약 조건에 포함된 아파트 임대료 지원도 5개월간 지급되지 않았다. 이미 수개월의 임대료가 밀려 집을 비워줘야 하는 데다 비자 만료 문제도 있어 새로운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한국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2022년 11월부터 해당 어학원에서 원어민 강사로 근무한 레오(미국·28)씨는 수개월의 임금이 밀린 상황에서 학원 정상화를 위해 일했지만, 돌아온 건 임금체불과 사직서 제출 요구뿐이었다고 호소했다. 그 역시 두 달 치 임금 560만원과 퇴직금을 정산받지 못했다.

레오씨는 “학생들에 대한 헌신과 학원이 정상화되기를 기대하며 두 달 동안 급여 없이 수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10월 2일 마지막 수업 중 학원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과 함께 사직서 제출을 통보받았다”며 “도난당한 임금 외에도 수년간 함께한 학생들에게 작별인사를 할 기회조차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힘들게 번 돈뿐만 아니라 관계, 안정성, 생계마저 뺏겨 남은 건 불확실성뿐”이라며 “수년간 회사를 위해 일했지만 회사는 우리를 거리로 내몰았다. 우리는 정의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이주노동자들이 권리를 되찾고, 운영사 대표가 처벌될 때까지 투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조는 “현재는 원어민 강사를 채용하는 성수기가 아니다. 만약 교사들이 해당 어학원과의 계약 종료일까지 취업을 하지 못하면 본국으로 강제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한 사람의 조합원도 본국으로 강제 추방되게 놔둘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학원 산업 구조의 피해자들이 임금체불과 고용 문제를 해결하고, 제2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운영사 대표가 처벌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와 원어민 강사들은 회견을 마치고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에 어학원 운영사 대표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한 가운데, 이날 기준 원어민 강사를 포함한 해당 어학원 직원 34명은 창원지청에 고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관계자는 “운영사 대표 소재 파악이 안 되고 있다. 계속해서 지체될 경우 수배를 내릴 것”이라며 “운영사 대표 국적이 외국인으로 확인돼 출국 정지를 요청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문제의 운영사는 모 교육서비스 기업으로부터 교육자료와 커리큘럼 등 학원 전반 시스템을 사들여 어학원 2곳을 운영했다. 그러다 운영사는 장기화된 경영난으로 해당 어학원 직원 43명의 임금을 체불했고, 결국 지난달 25일 부도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어학원 측은 더는 운영이 힘들다고 판단해 지난 3일 학부모들에게 운영 종료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어학원은 운영사의 부도를 인지한 이후에도 폐업 직전까지 수강생 학부모들에게 현금 결제를 유도하며 수강료를 받았다. 어학원 2곳의 수강생은 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사진= 김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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