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발언대] 정당한 노동의 가치- 김영현(사회부)

기사입력 : 2024-10-28 19:12:07

성매매가 불법으로 간주되기 시작한 건 과거 1961년 윤락행위등방지법이 제정되면서다. 하지만 당시 성매매를 사소한 일탈 또는 하나의 문화처럼 여기는 시대 배경 탓에 크게 실효를 거둘 순 없었다.

이 법은 2000년대 초, 군산 성매매 집결지에서 발생한 화재로 수많은 성매매 여성들이 숨진 것을 계기로 2004년 성매매특별법으로 개정됐다. 그러나 지난 2016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국내 성매매 시장 규모를 30~3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단속과 처벌을 강화한 법 시행에도 성매매 산업이 축소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법 개정에도 성매매 산업이 성행하자,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16일 성매매특벌법 20주년 기념 토론회가 창원에서 열렸다. 발제에 나선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성매매 구매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성매매 여성을 불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이러했다. 성매매 여성들을 처벌할 경우 사회적 비난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구매자들은 이를 이용해 성매매 여성들을 착취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발표를 받아 적는 동안 의문이 가시질 않았다. 거대한 불법 산업을 근절하기 위해 제정된 법을 여성의 인권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성매매 구매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에는 십분 공감하지만, 성을 상품화하는 여성에 대한 불처벌은 쉽사리 납득되지 않았다. 공급자에 대해서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 생각은 토론회 취재 사흘 후인 여성채용박람회 취재를 다녀오면서 더욱 확고해졌다. 현장에는 경력이 단절됐거나 새롭게 일을 시작하기 위해 구직에 나선 여성들로 가득했다.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 시장에 유입되는 데는 불우한 가정환경이나 경제적인 문제가 크다고 한다. 이들이 이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나 정도의 심각성은 가늠할 수 없으나, 성매매를 결심한 기저에는 신체를 저당 삼아 이익을 기대하는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다.

이날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에 나선 수많은 여성들이 하나같이 화목하고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것은 아닐 테다. 그럼에도 이들은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선택했다. 이 글은 불법을 저지른 대상을 두고 시시비비를 따지려는 게 아니다. 다만, 사회 진출을 앞둔 여성들이 올바른 길로 나아가길 바랄 뿐이다.

김영현(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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