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발언대] 건강한 관심이 필요한 때- 김영현(사회부)

기사입력 : 2025-01-06 19:14:59

기사에서 제목은 본문 내용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을 압축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이 디지털 환경으로 변화하면서 오늘날의 기사 제목은 클릭에 초점을 맞춘 ‘호객꾼’ 역할에 가까워졌다.

이러한 문제가 만연해지자 한때 자극적인 기사 제목을 한데 모아 보여주는 사이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름은 ‘충격고로케’. 충격, 경악, 결국 등 기사 제목에 선정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한 언론사의 순위를 매기는 사이트다.

당시 충격고로케는 뉴스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어찌 보면 자극적인 기사 제목을 어느 언론사에서 얼마나 많이 생산하는지를 공개하며, 망신을 주는 셈이라 소비자들은 그간의 헛걸음을 보상받는 기분이었을 테다.

하지만 충격고로케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이 채 안 돼 문을 닫았다. 자극적인 언론 보도 행태를 공론화함으로써 언론계의 자정작용을 기대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던 게 서비스 종료의 이유였다. 당시 충격고로케 운영자는 “클릭 수와 비례하는 언론사의 수익구조와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 구조에서는 낚시 제목의 기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 섞인 소회를 전했다.

운영자의 말처럼 언론사의 주 수익 모델이 포털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으로 바뀐 이후부터 조회수에 사활을 거는 이른바 ‘클릭 저널리즘’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유튜브가 언론사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자리 잡고 있는 시점에서 유튜브를 통해 유통되고 있는 뉴스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자극적인 썸네일과 영상 제목은 단연 포털보다 몇 수는 위에 있다. 이들 언론사가 자극적인 제목을 다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외면받기 때문이다. 자사의 유튜브 콘텐츠를 생산하는 필자가 영상 제작 때 자극적인 수식어를 자주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1년 동안 제작한 콘텐츠를 살펴보면 지역성에 기반해 공들여 만든 자체 콘텐츠는 독자들에게 외면받기 일쑤였다. 반면 자극적인 제목을 단 1분 남짓한 사건·사고 콘텐츠는 들인 시간과 비용 대비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자칫 이런 보도 행태가 독자들의 탓이다!라고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런 건 절대! 아니다. 다만, 건강한 미디어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서 독자들의 건강한 관심은 지역언론에게 큰 힘이 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김영현(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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