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이상 중대형 산불 모두 ‘봄철’ 집중

[도내 10년 산불 통계 살펴보니]

기사입력 : 2025-02-23 20:58:51

총 493건 달해… 일주일 한 번꼴
축구장 2800여개 규모 산림 손실
원인은 입산자 부주의 가장 많아
2월 말부터 5월 말까지 주로 발생
기후변화로 급증세… 주의해야


지난 20일 하동군 고전면에서 발생한 산불은 산림 7.9㏊를 태우고 꺼졌다. 축구장 7개에 달하는 넓이로 최근 10년간 경남에서 발생한 산불 중 11번째로 큰 산불이었다. 하동 산불은 주택에서 시작됐지만 건조한 날씨 탓에 순식간에 산으로 번졌다. 도내 발생한 중대형 산불은 2월 말부터 봄 기간에 주로 발생한다. 여기에 더해 점점 극단적으로 변하는 기후 탓에 피해 규모도 매년 커지는 추세다.

지난 2023년 3월 8일 합천군 용주면 월평리 일원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경남신문DB/
지난 2023년 3월 8일 합천군 용주면 월평리 일원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경남신문DB/

◇10년간 축구장 2800여개 달하는 산림 소실= 산림청 산불 통계를 자체 분석한 결과 2015년부터 이달 20일까지 10년간 경남에서는 총 493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이는 일주일에 한 번씩 발생하는 빈도다.

다행히 산불 중 91.3%(450건)는 0.1㏊ 이하의 면적을 태우고 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55건은 0.01㏊ 이하다. 0.01㏊는 30평 집 정도의 크기다.

반대로 100㏊ 이상의 대형 산불은 총 4건 발생했다. 범위를 10㏊ 이상으로 넓혀도 9건에 불과하다.

경남 산불의 80%가량은 겨울과 봄에 발생한다. 봄이 43.8%(216건)로 가장 많았고, 겨울이 39.1%(193건)로 뒤를 이었다. 가을은 11.4%(56건), 여름은 5.7%(28건)에 머물렀다.

피해 규모는 발생 건수보다 더 극단적으로 겨울과 봄에 집중돼 있다. 지난 10년간 산불로 소실된 경남지역 산림은 정규 축구장(평균 약 7140㎡)의 2834개 규모인 2024㏊(20.24㎢)에 달한다. 이 중 겨울과 봄에 소실된 면적은 2014㏊로 전체의 99.5%를 차지했다.


◇날 풀리면 번지는 대형 산불= 최근 10년간 경남에서 발생한 10㏊ 이상의 중대형 산불 8건은 모두 2월 말부터 5월 말까지 3개월 사이에 발생했다. 화재 원인은 대부분 입산자 부주의였다.

가장 피해 규모가 컸던 2022년 합천 율곡면 산불은 2월 28일 발생해 4일간 산림 813㏊를 태웠다. 이어 석 달 뒤인 5월 31일에는 밀양 부북면에서 산불이 나 660㏊를 태웠다.

다음 해인 2023년 3월 8일과 11일에는 합천 용주면과 하동 화개면에서 산불이 나 각 산림 179㏊, 128㏊가 소실됐다. 이외에도 2021년 하동 악양면 산불(2월 21일, 49㏊), 2020년 함양 병곡면 산불(4월 8일, 20㏊), 2022년 함양 마천면 산불(3월 4일, 16㏊), 2022년 창원 진전면 산불(2월 24일, 10㏊) 등이 이 기간에 발생했다.

8건의 중대형 산불 중 7건은 인재(人災)다. 입산·작업자 실수, 담뱃불, 기계톱 과열 등이 화재 원인으로 확인됐다. 2020년 밀양 화재만이 유일하게 용의자가 사망하면서 원인 규명이 안 됐을 뿐이다.

범위를 전체로 넓혀도 산불 원인은 부주의에 따른 인재가 대부분이다.

전체 산불 원인(추정)을 보면 ‘입산자 실화’가 220건으로 가장 많다. 이어 ‘소각’ 91건, ‘주택 등 건조물 화재 확대’ 82건, ‘작업장 실화’ 20건 등 순이었다.

◇극단적 기후 변화 속 산불위험 지속 증가= 최근 10년간 경남지역 산불발생 건수는 그해 기후에 따라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다. 하지만 2022년을 기점으로 대형 산불 발생빈도가 크게 늘어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원인은 극단적인 기후변화로 지목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7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기후변화 시나리오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산림과학원은 기상 요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예측된 산불기상지수를 이용해 미래 산불위험도를 평가했다. 그 결과 2100년 한국의 산불위험은 100년 전보다 최대 158% 증가한다는 예측이 나왔다.

연구진은 “1981년부터 작년까지 국내 산불 통계를 분석한 결과, 연간 산불 발생 일수와 발생 건수가 증가 추세를 보였다”며 “연중 산불 위험 시기가 점차 확장되고 있고 앞으로 기온이 상승할 경우 위험도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세종대 정지훈 교수는 “많은 양의 강수가 특정기간에 집중되고 이외 기간에 더욱 건조해지는 극단적인 기후를 보이고 있어 산불 위험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불은 산만 있으면 경남 18개 시군 어디서나 발생한다. 지역별로는 함양이 최근 10년간 55건의 산불이 발생해 가장 많았다. 남해가 10건으로 가장 적었다.

경남소방본부 관계자는 “산불 예방은 산에서 화기를 소지한 시민들의 작은 주의에서부터 시작된다”며 “건조한 날씨에는 작은 불씨가 산 전체를 태울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용락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


  • -----test_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