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해 대성동고분군 반려견 출입

“세계유산 보호 위해 막아야” - “산책 ‘펫티켓’ 철저한 단속을”

기사입력 : 2024-10-30 21:04:00

일부 목줄 안 채우고 배설물 방치 눈살
지난해 9월 등재 후 통제 여론 이어져
시, 상위법 마찰로 조례 제정 못하고
안내판 설치·반려견 동반 시민 계도만


김해시가 지난해 9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대성동고분군에 반려견 출입을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대성동고분군은 1~5세기 금관가야 시대 왕과 왕비를 포함한 지배층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유적으로, 1991년 사적으로 지정됐다. 높이 20여m, 길이 300여m에 불과한 야트막한 구릉이지만 고분군에 올라서면 옛날 김해시내가 한눈에 들어올 만큼 경관이 뛰어나다. 특히 고분군 정상에서 바라보는 저녁 노을이 아름다워 해질 무렵이면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러나 십수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대성동고분군에도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했다. 봄부터 가을까지 날씨가 맑은 날 오후 시간대에 고분군에 가보면 적게는 서너 마리에서 많게는 10여 마리의 반려견이 주인과 함께 산책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반려동물 산책 예절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도 가끔 보이게 되면서 고분군을 찾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도 자주 있어 왔다.

그러던 차에 지난해 9월 대성동고분군이 세계유산에 등재되자 반려견 출입을 마뜩잖게 보고 있던 시민들은 본격적으로 반려견 출입을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김해시 홈페이지 등에 고분군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만큼 유적 보호를 위해 반려견 출입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은 물론 금관가야 왕과 왕후의 무덤 위에 반려견 배설물이 방치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해시는 시민들의 반려견 출입통제 여론이 계속 이어지자, 반려견 출입금지 조례 제정을 시도했으나 상위 법령과의 마찰로 인해 조례 제정은 할 수 없게 됐다. 그러자 고분군 주변에 반려동물 산책시 주의사항을 담은 안내판을 설치하고 반려견 동반 시민들을 상대로 계도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9일 김해 대성동고분군. 목줄 찬 반려견과 배변봉투를 들고 있는 주인들이 보인다.
지난 29일 김해 대성동고분군. 목줄 찬 반려견과 배변봉투를 들고 있는 주인들이 보인다.

현재 대성동고분군 아래쪽에는 매트가 깔린 산책로와 함께 로프 경계선이 설치돼 있지만 고분군에는 산책로에 야자매트만 깔려 있다. 사적이다 보니 고분군에 로프를 설치하는 것은 현상변경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고분군 아래쪽에서 산책로를 따라 올라온 반려견들이 고분군에 올라 와서는 산책로를 벗어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반려견 주인들은 반려견에 목줄을 하고 배변봉투를 지참해 산책하는 데 반해, 극히 일부 반려견 주인들이 반려견에 목줄을 채우지 않거나 배변봉투를 챙겨오지 않으면서 개똥이 고분군 잔디 속에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29일 오후 고분군에서 만난 김여현(76·김해 내외동)씨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반려견 출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문제는 열 명에 한 명꼴로 목줄도 채우지 않고 배변봉투도 챙겨오지 않고 반려견을 방치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세계유산에 등재된 만큼 김해시에서 인력을 더 투입해 반려동물 산책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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