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입학식 없는 초등학교- 김정민(사회부장)

기사입력 : 2025-02-09 19:28:52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1948년 이화여전 음대 교수였던 고 김메리 선생이 작사, 작곡한 ‘학교종’이란 동요다. 해방 이후 우리 손으로 처음 만든 교과서, 그중에서도 국민학교 1학년 음악책에 실려 선생님의 풍금 연주에 맞춰 애창됐다. 고 김메리 선생은 “전차 속에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입학식 날 처음 등교하는 정경을 떠올리면서 노래를 만들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과거 초등학교 이전 국민학교 시절 입학식은 부모 품을 벗어나 배움의 공간에 첫 발을 들여놓는 때로, 코 흘리는 아이들이 많았기에 하얀 면 손수건은 필수품이었다. 학교 생활을 잘할 수 있을지 부모들은 운동장 뒤편 먼 발치서 자식을 지켜보고, 아이들은 처음 듣는 ‘앞으로 나란히’의 구령을 몰라 어리둥절했다. 과거 학령인구가 급증했던 때라, 지금의 교실이나 강당이 아닌 넓은 운동장에서 대부분 치러졌다. 당시 입학식은 대규모 인원이 모인 만큼 큰 잔치이자 행사였다.

▼1968년 국민학교 입학생 수는 100만명을 넘었으나 2005년 62만명, 2009년 47만명, 그리고 올해는 32만명으로 줄었다. 1999년 4만8000명이던 경남지역 초등학교 입학생 수도 2005년 4만3000명, 2015년 3만1000명으로 줄더니 2022년 3만 명대가 무너졌고, 올해는 2만701명으로 집계됐다. 올해를 끝으로 내년에는 1만 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입학생이 1명도 없는 도내 초등학교는 26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출산 여파로 창원(2곳)과 김해, 진주지역도 이를 피하지 못했다. 입학생이 없거나 한두 명밖에 없는 학교는 이후 통폐합이나 폐교로 이어지고, 학생 수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존치 여부에도 영향을 미친다. 청년층의 지역 이탈 등 지방 존립 기반마저 흔들 수 있다. 인구 감소 여파가 갈수록 심각하지만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김정민(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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