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세포암종] 예후는 나빠도 체계적 관리를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서구화된 식습관 등 원인
최근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간염 위험인자 대두
최신 진단 기술·치료법 도입에도 여전히 난치성 암
재발 우려 있어 정기적인 추적 관찰·조기검진 필수
간세포암종은 간에서 발생하는 암 중에서 가장 흔한 종류로, 간암이라고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암으로 인한 사망 원인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률이 높다. 우리나라에서도 폐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어 공중보건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최근 진단 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치료법이 도입되면서 치료 성적이 향상되고 있으나, 여전히 예후가 불량한 난치성 암으로 분류되고 있어 체계적인 접근과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간세포암종 발생 인자= 간세포암종의 발생에는 여러 위험인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위험인자는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B형·C형)이다. B형 간염의 경우, 바이러스가 만드는 ‘HBx 단백질’이 암 발생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이 과정에서 HBx 단백질은 종양 억제 유전자의 기능을 저해하고, 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유전자들을 활성화해 암을 유발한다. C형 간염은 주로 만성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가 간세포암종 발생 위험을 높인다. 특히,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변증이 동반된 경우 위험이 현저히 증가한다. 최근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이 새로운 위험인자로 대두되고 있다. 비만, 당뇨병, 대사증후군과 같은 대사성 질환이 있으면 간에 지방이 쌓이면서 만성 염증이 생기고, 이것이 간세포암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식습관의 서구화로 인해 이러한 대사성 질환의 유병률이 증가하면서, 앞으로 이로 인한 간세포암종의 발생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간세포암종의 진단은 크게 감시 검사와 확진 검사로 나눌 수 있다. 고위험군에서는 정기적인 감시 검사가 매우 중요한데, 6개월 간격으로 복부 초음파 검사와 혈청 알파태아단백 측정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초음파 검사는 간의 모양과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간단한 검사이고, 알파태아단백 검사는 간세포암종 환자에게서 증가하는 혈액 속 단백질 수치를 확인하는 검사다. 만약 의심 소견이 발견되면 확진을 위해 역동적 조영증강 CT나 MRI를 시행한다. 최근에는 ‘LI-RADS(Liver Imaging Reporting And Data System)라는 영상진단 기준을 적용해 더욱 정확하고 체계적인 진단이 가능해졌다. 특히 간을 보다 뚜렷하게 찍을 수 있는 간세포특이조영제를 이용한 MRI는 작은 암도 발견할 수 있어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
◇치료는= 치료는 환자의 간 기능, 종양의 상태, 전신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크게 근치적 치료, 국소치료, 전신치료로 나눌 수 있으며, 각각의 치료법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먼저, 근치적 치료인 간 절제술은 간 기능이 잘 보존된 조기 간세포암종 환자에게 가장 우선으로 고려되는 표준치료이다. 최근 수술 기법과 장비가 발전하면서 수술 중 출혈을 최소화하고 정교한 절제가 가능해, 합병증 감소와 생존율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간이식은 밀란 기준(주혈관 침범이나 전이가 없으면서, 1개의 종양일 경우 5㎝ 이하, 여러 개의 종양일 경우 3개 이하이며 가장 큰 종양이 3㎝ 이하)을 만족하는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근치적 치료법이다. 종양뿐만 아니라 간 경변과 같은 기저질환까지 동시에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며, 5년 이상 생존율이 70% 이상으로 높다.
국소치료 중 고주파열치료술(RFA)은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다. 전극침을 암 조직에 삽입한 후 고주파 전류를 발생시켜 암세포를 태워 제거하는 방식으로, 시술이 비교적 간단하고 합병증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3㎝ 이하의 단일 종양 치료에 효과적이며, 간 절제술과 비슷한 생존율을 보인다. 경동맥화학색전술(TACE)은 중간 단계의 간세포암종에서 표준 치료법으로 사용되며, 간세포암종으로 가는 혈관에 항암제와 색전 물질을 주입해 암 조직을 괴사시킨다. 최근에는 약물방출미세구를 이용한 DEB-TACE도 도입되어, 더욱 표준화된 치료가 가능해졌다. 경동맥방사선색전술(TARE)은 최신 치료법 중 하나로, 방사선을 방출하는 미세구(Yttrium-90)를 이용해 암을 치료한다. TACE와 달리 부작용이 적으며, 특히 간문맥혈전증이 있는 환자에게도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신치료 영역에서는 최근 큰 발전이 있었다. 표적치료제로는 소라페닙과 렌바티닙이 1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으며, 효과가 없는 경우 레고라페닙이나 카보잔티닙을 2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 면역치료에서는 아테졸리주맙과 베바시주맙의 병용요법이 새로운 표준치료로 자리 잡았다. 기존의 표적치료제보다 우수한 생존율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일부 환자에서는 장기간 암이 완전히 사라지는 완전반응이 관찰되어 주목받고 있다.
간세포암종의 예후는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면 크게 향상될 수 있다. 치료 후에는 재발할 우려가 있으므로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처음 2년 동안은 2~3개월 간격으로, 이후에는 3~6개월 간격으로 영상검사와 종양표지자 검사를 진행한다. 간세포암종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위험 요인을 줄이는 것이다. B형 간염 백신 접종, C형 간염의 적절한 치료,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체중 관리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간세포암종의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또한, 고위험군일 경우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과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소화기센터 김광민 센터장은 “간세포암종의 치료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으며, 특히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 분야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바이오마커를 이용한 개별화된 치료 전략의 개발, 새로운 병용요법의 도입, 최근 인공지능을 활용한 진단 기술의 발전 등을 통해 더욱 발전된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jmkim@knnews.co.kr
도움말= 김광민 삼성창원병원 소화기센터(소화기내과) 센터장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