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간 머리 무차별 폭행… 공소장 살인죄로 바꿔야”
‘거제 교제폭력 사망사건’ 유족
항소심 2차 공판서 억울함 호소
1심 때부터 변경 요구했지만
검찰·재판부 ‘상해치사죄’ 적용
“며칠 전 폭행으로 기절한 적도 있는 딸의 머리를 또 30분간 때렸어요. 사람이라면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이게 살인이 아니면 뭡니까.”
5일 창원지방법원에서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 심리로 열린 ‘거제 교제폭력 사망사건’ 항소심 2차 공판에 참관한 피해자 이효정씨의 유족들은 답답함과 억울함을 호소했다.

5일 오전 경남지역 여성단체와 정당 관계자들이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 거제 교제폭력 사망사건의 공소장을 살인죄로 변경하라고 촉구하고 있다./김용락 기자/
1심 때부터 살인죄 적용을 요구해 왔고, 항소심 첫 공판에서도 재차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지만 여전히 가해자 A(21)씨의 죄목은 상해치사죄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고 이효정씨는 지난해 4월 거제시의 한 원룸에서 자던 중 집에 무단 침입한 A씨에게 폭행을 당한 뒤 숨졌다. 이씨는 뇌출혈로 입원했다가 상태가 악화돼 10일 뒤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이씨와 A씨는 3년간 교제와 이별을 반복해 온 사이였다.
이 사건은 검찰 송치 때부터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가 적용됐다. 1심에서는 상해치사죄 치고는 중형으로 볼 수 있는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상해치사죄는 통상 2~8년형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선고 과정에서 “피해자와 감정 대립 중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다소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유족 측 변호사는 1심 재판 때부터 살인죄 적용을 요구해 왔다.
사건 당시 생명과 직결되는 머리 부위를 집중적으로 장시간 폭행한 점 등에 ‘죽을 수도 있다’는 미필적 고의가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면 살인죄가 적용된다.
이날 재판정을 나온 유족과 변호사는 재차 살인죄 적용을 촉구했다.
유족은 “2여년간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해왔고 사건 직전에는 머리를 부딪혀 5분가량 기절해 친구가 죽은 것은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며 “30분은 엄청 긴 시간이다. 그동안 무차별적인 폭행이 죽음으로 이를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을 리 없다”고 강조했다.
변호사 측은 “사건 발생일과 사망일이 10일가량 차이가 있더라도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살인죄로 판단한 사례가 있다”며 “국과수 부검 결과, 폭행에 의한 머리 손상이 사인으로 밝혀진 상황에서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는 것은 의지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유족과 함께 재판을 참관한 경남여성회 등 여성단체와 정당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과 법원을 규탄했다.
이들은 “A씨는 헤어지고 싶어 하는 피해자에게 상습적으로 협박하고 폭행해 관계를 끊지 못하게 만들었다”며 “데이트 폭력 중 가장 극단적인 교제살인에 대해 상해치사죄로 축소해 판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2차 공판은 공소장 변경 논의 없이 피고인 측의 담당 의사 증인 요청에 대한 결정 내용만 오갔다. 다음 공판은 내달 2일 열린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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