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부담” 옷 껴입지만 매서운 냉기에 ‘덜덜’
[르포] 창원 취약계층 혹독한 겨울나기
창호지 방문 곳곳 구멍 뚫려 찬바람
패딩 입고 이불로 몸 감싸도 추워
“지원금 다 써… 돈 빌려 등유 구입”
‘입춘(立春) 한파’가 지속되면서 고령층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겨울나기는 더욱 혹독하다.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6℃까지 떨어진 6일 오전 11시께 찾은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도로가에 위치한 한 단독 주택.
기초생활수급자 우모(49)씨는 패딩을 껴입고 좁은 거실에 앉아 이불로 몸을 감싸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이불 밑은 그나마 옅은 온기가 돌았지만, 우풍이 심해 냉기가 맴돌았다. 우씨는 겨울이면 좁은 거실에서 중학생 자녀 2명과 함께 생활한다. 난방비를 아끼고자 방 2개에는 보일러를 켜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호지 방문 곳곳에 구멍이 뚫려 거실까지 냉기가 파고드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우씨는 취약계층에게 지원되는 ‘동절기 에너지바우처’ 지원금을 지난달에 다 썼다고 했다.

한파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6일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단독 주택에서 한 기초생활수급자가 패딩을 껴입고 이불로 몸을 감싼 채 추위를 피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길어지는 한파에 결국 지인에게 돈을 빌렸다. 우씨는 “지난달 초 에너지바우처 지원금을 다 썼는데, 날이 계속 추워 어쩔 수 없이 지인에게 돈을 빌려서 난방용 등유를 더 사 넣었다”며 “혼자 살면 추워도 견딜 수 있지만, 아이들 때문에 보일러를 안 켤 수는 없다”고 말했다.
마산합포구 성호동의 달동네에 거주하는 김모(78)씨도 늦겨울에 찾아온 한파의 기세에 난방비 걱정이 높아지고 있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오토바이에 난방용 등유를 싣고 온 김씨는 성치 않은 다리를 이끌고 사람 한 명 겨우 지나다닐 좁은 계단을 올랐다. 털모자에 장갑과 패딩으로 중무장한 김씨는 가쁜 숨을 내쉬며 “기름이 비싸니까 한꺼번에 많이 사지는 못한다”며 “노령연금으로 기름을 사 쓰는데, 올겨울 추위가 유난히 더 오래가서 기름을 아껴 쓰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매서운 입춘 한파는 이번 주 내내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당분간 기온이 평년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남 대부분 지역의 아침 최저기온은 8일까지 영하 5℃, 일부 경남내륙은 영하 10℃ 이하로 매우 춥겠다.
김태형 기자 t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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