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농부다] (10) 고성서 파프리카 농사 짓는 이세훈씨
군복 벗고 농사꾼으로… 흘린 땀방울만큼 파프리카 ‘주렁주렁’
부모님 농사일 돕다 직업군인 꿈 위해 떠나
건강 악화된 부모님 위해 농부의 삶 택해
병충해 관리 등 발로 뛰며 전문지식 익혀
남다른 애정·노력으로 연 7~8억 수익 올려
“귀농 기반마련 중요·경영계획 수립 필수
농부의 삶 자부심 커… 노하우 나누고파”
“귀농을 선택할 때는 철저한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고성 구만면에서 1만6000㎡(5000평) 남짓 파프리카를 키워내고 있는 이세훈(33)씨가 귀농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말이다. 농사를 시작한 지 불과 3년 차인 그이지만, 그가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건넬 수 있는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농부의 삶을 살기 이전까지 농부 부모님 곁에서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농장으로, 새로운 길을 택하다=세훈씨는 어린 시절 농사를 짓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자랐다. 자연스레 부모님의 일손을 거들었던 그의 삶에는 언제나 농사가 녹아져 있었다. 성인이 된 후, 그는 직업군인의 길을 선택하면서 농촌을 떠났다. 그러나 부모님의 건강 악화로 농장 운영에 어려움이 있자 그는 다시 농촌으로 돌아와 파프리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직접 수확한 파프리카를 담은 바구니를 들고 있는 이세훈씨.
“정말 농사를 짓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만약 농사일을 하더라도 다른 일을 하고 나이가 들어서 하고 싶었죠. 하지만 아버지 몸이 안 좋아지시고 도와 달라는 말씀에 일손을 돕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아, 이 길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군복을 벗고 농부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그는 작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다른 농부로 성장하며 하루하루 농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고성군 구만면에서 파프리카를 키우고 있는 청년농부 이세훈(33)씨가 수확한 파프리카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파프리카, 예쁘고도 까다로운 작물”= 세훈씨는 파프리카 농장을 운영하며 연 7~8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는 농장 크기를 생각한다면 평균 매출 정도라 말하지만 노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장 가까이에 선배 농업인 부모님의 조언과 함께 그는 청년농부부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군에서 진행하는 파프리카 교육을, 온라인 강의 등으로 공부했다. 그리고 주변 농가를 뛰어다니며 자문을 얻어가며 파프리카에 대한 지식을 얻었다.
남다른 애정과 노력으로 파프리카 농사를 짓고 있지만 ‘농사는 하늘에 달려있다’는 말처럼 순탄치만은 않다.
파프리카 농장은 매년 7월 씨앗을 뿌리고 11월 말부터 다음 해 6월까지 수확 시기를 맞이한다. 세훈씨는 “파프리카는 병충해 관리가 까다롭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근에는 뿌리 이상 비대병(Crazy Root)으로 작물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파프리카가 잘 크는 작물이기는 하지만 모든 작물이 그렇듯 병이 오면 걷잡을 수가 없어요. 병에 안 걸리게 하려고 계속 관리를 해주지만 급변하는 상황을 따라가기가 힘든 현실이죠. 그렇기에 작물이 죽거나 병에 걸렸을 때는 정말 막막합니다. 농사를 잘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결국 파프리카는 제게 있어 가장 예쁜 존재이기도 해요. 가족을 책임지는 중요한 작물이거든요.”

이세훈씨가 직접 키운 파프리카를 수확하고 있다.
◇귀농, 준비 없이는 쉽지 않은 길= 농부로 3년 차를 맞이한 그는 조금씩 농부의 삶이 무엇인지 깨닫고 있다. 그렇기에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있어 철저한 준비를 강조했다. 그는 “농사는 현실적으로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며 기반 마련의 중요성도 함께 언급했다.
“농사를 짓는 건 좋아요. 하지만 현실을 바라봐야 해요. 귀농에 있어 초기 투자 비용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크죠. 땅을 사거나 시설을 마련하려면 많은 자금이 필요해요. 농사 역시 돈으로 짓는 거거든요.”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1년 농사의 계획을 짜며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시때때로 바뀌는 환경에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는 농업 경영 계획을 반드시 세울 것을 조언하면서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사는 항상 술술 풀리지 않아요. 그렇기에 경영 계획을 무조건 짜야 해요. 그리고 귀농을 선택할 때 최악의 상황도 대비해서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예상하지 못한 일에 휩쓸려 좌절을 맛볼 때가 많아요. 그리고 충분한 자금이 있다면 귀농 선택에 있어 다소 긍정적으로 바라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귀농은 쉽게 선택할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부정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았던 세훈씨. 하지만 긍정적인 이야기도 전했다.
“제가 군인의 삶과 농부의 삶을 살아 보니 각각 장단점이 있어요. 농사일의 큰 장점은 심리적으로 편안하다는 거예요. 상황이 터지면 제가 스스로 대책을 강구해서 움직이듯이 모든 것을 제가 결정할 때가 많아요. 반면 군인일 때는 결재를 받기 위해 보고하고 기다리고 사람과의 스트레스가 컸어요. 이렇듯 농사일은 제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기는 하지만 스스로 어떤 일을 하는 것에 있어 제약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죠.”

고성군 구만면에서 파프리카를 키우고 있는 청년농부 이세훈씨.
◇가족의 행복, 농부의 꿈= 농부를 꿈꾸지 않았던 청년은 이제 농부로서의 삶에 자부심을 느끼며 굵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이다. 아직은 3년 차 농부인 그지만 가족의 행복을 위해 오늘도 농장으로 향한다.
“현재로서는 돈을 많이 버는 것. 가족을 책임져야 하기에 최우선으로 돈을 버는 것을 생각해요. 점점 농업 환경이 변해 가고 있어요. 그렇기에 파프리카뿐만 아니라 변해 가는 환경에 발맞춰 움직이려고 해요. 시간이 지나고 농부의 삶에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할 때는 제가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거기까지 가기 위해서는 큰 노력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농부로서 최종 목표예요.”

고성군 구만면에서 파프리카를 키우고 있는 청년농부 이세훈씨 농장 내부 전경.
고성 청년농업인 지원정책
후계농 대상 바우처 지급
농촌대학 등 맞춤형 지원
고성군은 청년 농업인들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군은 청년 농업인 육성을 위해 청년농업인 취농직불제, 청년농업인 취농인턴제, 청년어촌정착 지원사업 등을 통해 청년 농부와 어부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청년 농업인들의 육성을 위한 청년농업인 커뮤니티 활성화 지원사업도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군은 ‘고성군 청년후계농’으로 지정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청년농업인 영농정착 지원금 지원사업을 통해 독립경영 연차에 따라 매달 바우처 형식으로 영농정착 지원금을 지원한다. 또 청녕후계농 농지 임대료 지원 사업과 청년후계농 농기계 임대료 지원사업 등 맞춤형 지원 사업도 펼치고 있다. 더불어 외국인 계절근로자 고용 지원, 재배시설 설치, 우량모주 보급, 지하수개발 지원사업 등 농업 관련 지원사업도 풍부하다.
또한 귀농 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정책도 눈길을 끈다. 귀농인 농지 취득세 감면 제도와 귀어인과 귀농인의 창업 및 주택 구입 지원 사업을 시행 중이며, 귀농 세대를 위한 농기계 및 시설하우스 등 영농 관련 직간접적 경비도 지원하고, 농업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농촌대학도 운영한다.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빈집정비사업과 농어촌 주택개량사업, 신혼부부 주거자금 대출이자 지원사업도 시행한다.
이 밖에 지역으로 전입하는 청년들을 위한 전입 축하금 지원 제도와 전입자 주민세와 재산세(주택분), 근로자 전입지원금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글= 박준영 기자·사진= 권아영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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