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창원 새벽 인력사무소] “일감 준 인력시장, 일주일에 2~3번 허탕”

근로자, 놀 수 없으니 매일 나와도

건설 불황에 공치는 날 많아 ‘한숨’

기사입력 : 2025-02-16 19:54:04

“경기가 안 좋으니 자주 허탕쳐요. 어린 애들 생각하면 오늘 꼭 일을 나가야 하는데….”

지난 14일 새벽 5시 30분. 창원시 의창구 한 인력사무소에서 만난 30대 가장은 초조한 마음에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회사가 어려워 실직 상태다. 아직 젊고 자동차가 있어 그나마 우선순위로 일을 나가지만, 일주일에 2~3번은 허탕을 친다”며 “경기가 좋지 않으니 재취업도 힘들어 인력사무소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진해 한 건설 현장 청소 인력에 투입됐다.

건설업 고용 한파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4일 한 시민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창원시 의창구의 인력사무소로 들어가고 있다./성승건 기자/
건설업 고용 한파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4일 한 시민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창원시 의창구의 인력사무소로 들어가고 있다./성승건 기자/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두 명이 인력사무소에서 일을 기다리고 있다. 보통 하루 40~50명이 인력사무소를 찾지만 허탕 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이 인력사무소에는 지난해만 해도 하루 20건 정도의 일감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날은 5건뿐이다. 한 손엔 커피, 다른 한 손엔 담배를 쥔 채 초조하게 휴대전화를 확인하던 50대 근로자는 “원래 건설업에 종사했는데 너무 어려워 인력 사무소에 나오고 있다. 현장에 가면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멀리는 거제나 남해까지 간다. 추워서 힘들지만, 놀 수 없으니 매일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인력사무소 소장은 “지난해 연말만 해도 20~30명이 일을 찾아 현장을 나갔는데 요새는 5명도 안 된다. 70대 이상도 자주 오는데 거의 일을 못 나간다”면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무소 매출도 80% 가까이 줄었다”고 했다. 이날 새벽 28명이 인력사무소를 찾았지만 7명이 일감을 못 구하고 돌아갔다.

다른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창원의 또 다른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건설업 한파가 지속되니 어려운 상황은 더 계속되고 있다. 옛날처럼 새벽에 사무소가 붐비지 않는다”고 했다.

경남 고용지표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경기 하방 위험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동남지방통계청이 지난 14일 발표한 ‘2025년 1월 경남 지역 고용동향’에 따르면, 도내 취업자 수는174만 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만2000명(1.9%) 증가했다. 실업자 수도 4만6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2만1000명 (-31.5%) 감소했다. 다만 건설업 종사자 수는 7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000명(-7.1%) 줄었다. 지난해 6월까지는 8만명 선 고용을 유지했지만, 이후는 7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도내 종합건설업체 폐업 신고 건수는 지난해 30건으로, 2023년(33건)에 이어 2년 연속 30건을 넘었다. 또한 지난해 새롭게 등록된 도내 종합건설업체는 43건으로 전년(70건) 대비 38%(27건) 감소했다. 2022년(393건)과 비교하면 89%(350건)나 급감한 수치이다.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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