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거리 300m 임대 안내문만 12곳… 식당·카페·옷집 ‘텅텅’

[르포] 마산 창동 상권 가보니

기사입력 : 2025-02-19 20:03:07

“매출 줄고 도시재생 효과도 미미”
일부 상인, 일용직 전전하기도

지난해 4분기 마산동성동 공실률
전년 동분기비 85% 증가한 16%


19일 점심 시간대 찾은 마산 주요 상권인 ‘창동’. 한때 사람이 붐볐던 곳이었던 만큼 옛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가게와 카페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식당에는 자리가 텅텅 비어 있었고, 영업을 아예 안 하는 곳도 많았다.

어디를 가나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창동 중심 거리 300m에 임대 안내문이 12곳 붙어있었다. 한 2층 건물은 통째로 비어 있었다. 주로 식당이 많았으며, 카페, 옷집 등도 폐업한 곳이 많았다. 한 옷 가게는 ‘사정이 있어서 오늘 쉽니다’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상인회장은 가게 사장이 생계를 위해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 1000억 어디 갔나? 창동 상권의 한숨)

19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통합상가의 골목길 양옆으로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김승권 기자/
19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통합상가의 골목길 양옆으로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김승권 기자/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마산동성동(부림시장 먹자골목·마산어시장, 창동 등 오동동 일원)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16.08%로 전년 동분기(8.7%) 대비 84.8% 증가했다. 중대형상가는 3층 이상 규모 또는 연면적 330㎡(약 100평)를 초과한 상가를 의미한다.

30년 동안 창동에서 속옷 가게를 운영한 한봉현씨는 “도시 재생 등 여러 상권 살리기 활동을 하지만, 효과는 잠깐인 것 같다. 젊은 층이 유입되지 않으니 거리가 텅텅 비고 있다”며 “창동은 마산의 자존심이자 심장 같은 곳인데 이렇게 무너지니 마음이 아프다. 공무원들이 직접 현장에 나와서 현실을 봤으면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화장품 가게를 하는 이종원씨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30%, 10년 전보다는 60% 줄었다. 원래 직원이 세 명 있었는데 너무 힘들어 혼자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마산점 폐점도 악영향을 미쳤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백화점 문 닫고 매출이 60% 줄었다. 매년 힘들다고들 했지만, 이렇게는 처음이다”며 “백화점에서 쇼핑하고, 창동에서 밥도 먹고 있는데 이 일대 인구 유동이 확 줄었다”고 했다.


/인터뷰/ 창동통합상가 상인회 서문병철 회장

“사람이 찾는 ‘창동만의 테마’ 찾아야”

서문병철 회장
서문병철 회장

-창동 거리 어느 정도로 어려운지.

△전국적으로 힘들다고 하지만, 마산 창동은 더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이번 주에만 식당 3곳이 폐업한다. 인근 대형 식자재 마트들도 창동에 들어가는 물량이 확 줄었다고 할 정도로 이 일대 경제가 나쁘다. 지금 대다수 사장님이 코로나19 때 정부에 빌린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운영하고 있다. 폐업하면 바로 돈을 갚아야 한다. 새벽에 인력사무소를 나가고 밤에 대리운전 기사를 하는 사장님들이 무척 많다. 10년 전 340여명이었던 상인회 회원 수는 지금 220명으로 대폭 줄었다. 이러다간 창동 거리가 사라질 판이다.

-도시재생을 10년 넘게 진행했지만 상권을 살리지 못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구도심이라 주차장이나 공원 등 모두 부족했다. 재생 사업 이후 이 부분만 아주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추세가 늘 변하는 상황에 따라잡지 못한 것 같다. 창동과 같이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된 전주 한옥마을은 테마를 가지고 집중해 성공했다. 중심을 잡을 테마를 못 잡은 게 큰 요인으로 본다.

겨울에 하는 창동 눈꽃 축제는 경남에 눈이 내린다는 테마를 가지고 성공했다. 이같이 창동에 사람이 찾는 주요 테마를 마련해야 한다. 천문학적 예산을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현재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맞춰 도시 구조가 변해야 한다.

-앞으로 지자체나 정부에서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가지길 바라는가.

△제일 중요한 건 창동에 맞는 테마이다. 상인회에서 생각한 게 유럽형 테마거리이다. 창동은 5층 이하 건물이 많기에 잘만 살리면 경남의 유럽 거리를 만들 수 있다. 창원시, 창동, 부림시장, 어시장 등 모두 함께 모여 고민해야 한다. 창동이 무너지면 다른 상권들도 도미노처럼 쓰러질 것이다. 창원상공회의소에서 하는 마산경제살리기 추진위에서도 이 문제를 관심 가져 주길 바란다. 기업인들의 도움도 절실히 필요하다.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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