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역사적 가치·사기장 삶 조명하다

국립진주박물관 ‘사기장, 흙을…’ 특별전

내달 23일까지 ‘3가지 주제’ 작품 선보여

기사입력 : 2025-01-14 08:05:47

평생을 그릇을 빚으며 살았던 사기장. 사기는 생활 전반 깊이 자리 잡은 필수품이자 사람이 사람에게, 산 자가 죽은 자에게 건네던 선물이었다. 흙을 빚어 삶을 이롭게 했던 과거 사기장의 삶은 어땠을까.

국립진주박물관은 특별전 ‘사기장, 흙을 빚어 삶을 이롭게’를 오는 2월 23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펼친다. 청동기시대부터 고려, 조선시대에 발굴되었던 사기와 사기를 만들 때 사용됐던 도구, 과거 사기장을 기록한 문헌 등이 전시됐다. 전시는 크게 3가지 주제로 나뉜다. △도자기의 다른 이름, 사기 △사기를 만든 사람, 사기장 △사기장의 삶이다.

산청 방목리 가마터에서 수습된 백자 조각 등이 전시돼 있다.
산청 방목리 가마터에서 수습된 백자 조각 등이 전시돼 있다.

첫 번째 주제 전시에서는 흙으로 만든 그릇이 시대별로 발전한 양상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신석기시대 1000℃보다 낮은 온도에서 구운 그릇인 토기(土器)를 만들어 왔고, 이후 1000℃~1200℃ 사이에서 구워낸 도기(陶器)로 발전됐다. 1200℃ 높은 온도에서 구워낸 흙그릇은 사기나 자기로 불렸으며 이런 이름은 고려시대부터 사용됐다. 이 사기는 흔히 떠올리는 항아리나 반상기 등의 일상용기뿐만 아니라 제기나 묘지, 골호에 쓰이는 의례용기나 건축재인 기와, 어업도구인 어망추 등의 기타 용구로도 사용됐다.

사기를 만들기 위해 흙을 밟아 흙 속의 공기와 작은 자갈을 빼내는 ‘흙 밟기’를 거친 흙덩이.
사기를 만들기 위해 흙을 밟아 흙 속의 공기와 작은 자갈을 빼내는 ‘흙 밟기’를 거친 흙덩이.

두 번째 주제 전시에는 생활과 밀접한 사기를 만들어 왔던 사기장들을 조명한다. 고려 말, 조선 초인 14세기 후반에서 15세기에 공납자기 생산지는 전국 26곳이 확인되는데, 경남에는 김해 상동 대감리, 양산 가산리, 합천 장대리, 산청 장천리, 사천 송전리에서 사기 등이 발견됐다. 전시에는 서부경남인 합천·산청·사천에서 발견된 사기를 전시하고 있다.

조선 15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는 백자 청화, 동화 등 다양한 항아리. /어태희 기자/
조선 15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는 백자 청화, 동화 등 다양한 항아리. /어태희 기자/

사기장은 대를 이어 기술을 전승시켰다. 조선시대 세금을 걷기 위해 만든 ‘단성현 호적대장’에는 경상도 단성현 사기장 마을에 살았던 사기장 이름이 적혀 있는데, 이들은 100년 넘게 그릇을 만들며 기술을 이어갔다. 전시는 장줄리앙 푸스의 5분짜리 영상 작품 ‘흙, 물, 손(Earth, Water, Hand)’으로 마무리된다. 사기장과 그의 전승자인 아들이 함께 사기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담은 영상이다.

조선 전기 경상도 지역에서 공물로 바친 분청사기들. 그릇에 관청과 고을 이름을 새겼다. /어태희 기자/
조선 전기 경상도 지역에서 공물로 바친 분청사기들. 그릇에 관청과 고을 이름을 새겼다. /어태희 기자/

세 번째 주제 전시는 왕과 백성, 외국인을 위해 그릇을 만들었던 사기장의 삶을 보여준다. 특히 조선 초에는 나라에 그릇을 바쳤는데, 전시에는 ‘김해’나 ‘진주’, ‘사선(조선 전기 임금의 식사를 관장한 관청)’ 등 사기장이 고을과 관청의 이름을 새겨 만든 사기를 전시하기도 한다. 17세기 무렵에는 일본이 조선에 찻그릇을 주문하고 조정은 경상도 지역 사기장들에게 수출용 사기를 만들도록 한다. 양산, 김해, 진주, 하동 지역 사기장은 왜관(倭館)과 근처 가마에서 일본에 보낼 수출용 다완 등을 만들기도 했다.

국립진주박물관 소장 도자기와 이건희 기증 도자기 등, /어태희 기자/
국립진주박물관 소장 도자기와 이건희 기증 도자기 등, /어태희 기자/

19세기말에는 일본, 중국, 미국, 영국 등에서 만든 도자기가 조선으로 들어오기도 했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조선의 사기장은 지속해서 백성들이 쓸 그릇을 만든다. 전시에는 같은 시기 일본에서 제작된 도자와 함양 백운리에서 출토된 국내 백자 등도 보여준다.

글·사진= 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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