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지자체 예산 편성하고도 ‘못 쓴 돈’ 5년간 8.9조
경남도와 18개 시군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예산을 편성하고도 당해 연도에 쓰지 못한 불용액이 8조9235억원이고, 다음 해로 넘긴 이월액이 15조986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도의 불용·이월액(24조9101억원)은 광역 단위(시군구 포함) 중 경기, 서울, 경북에 이어 4번째로 많은 규모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세수가 줄어드는데도 매년 수조원의 예산불용액이 생긴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면밀한 계획도 없이 예산부터 따내고 보자며 사업을 부풀리고, 불요불급한 예산을 편성했다는 얘기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기업과 도민들은 한 푼도 아쉬워했던 시기에 경남도와 시군이 주어진 예산도 제대로 집행을 못했다고 하니 말문이 막힐 뿐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지역경제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계획대로 집행돼야 한다. 행정안전부가 불용예산 감축을 위해 재정집행 우수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은 건설,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출되기 때문에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민간소비로 연결된다. 도내 시군마다 예산 부족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매년 2조원 안팎의 불용예산이 생겼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불필요한 개발사업이나 전시성 행사에 예산이 낭비되도록 해서는 안 되겠지만 불용·이월액이 연례적으로 반복되면 중앙정부가 경남도 재정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불용·이월액이 많다는 것은 행정 수요를 잘못 예측한 결과다. 예산 집행의 실효성만 높여도 예산 증액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런데도 지방자치단체 대부분 불용·이월이 반복되는 데는 결산검사의 취약성이 한몫을 한다. 경남도의회가 선임한 결산검사위원 10명 중 지방의원과 전직공무원이 6명인데 반해 공인회계사는 3명에 불과하다. 결산검사위원의 전문성과 독립성 부족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방자치단체 예산 운영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산검사위원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도민의 삶과 지역의 미래가 달린 도의 재정을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운용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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