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세계 1등 기업들의 몰락- 이명용(경제부장·선임기자)

기업 환경은 냉정하다. 소리 없는 전쟁터이다. 현재 잘나간다고 안주하면 곧 위기에 직면한다. 반면 끝없이 추락하는 기업도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최고 경영자의 역할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반도체와 하늘왕국으로 각각 군림했던 미국의 인텔과 보잉이 최근 위기에 빠졌다. 인텔은 1970년대부터 40년 이상 PC 중앙처리장치(CPU) 하나로 먹고살았다. ‘전자제품에 인텔의 반도체가 들어가 있다(인텔 인사이드)’라는 전략으로 시장을 장악해 왔다. 하지만 모바일, AI 시대 흐름에 뒤처져 인수합병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보잉은 1996년 경쟁사 맥도널더글러스를 인수한 뒤 수익성 추구에만 몰두하고 품질 문제를 등한시해 잇따른 737맥스 추락사고로 신뢰를 잃었다 .
▼유럽 최대 자동차 업체인 독일 폭스바겐 그룹은 창사 87년 만에 처음으로 자국 공장 일부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위기 상황에 내몰렸다. 전기차로의 전환을 미루고 디젤엔진 기술에 매달리다가 미래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주도권을 뺏기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점유율도 대만 TSMC와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세계 1위 기업을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시장 흐름은 계속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시장 변화에 적절한 대응과 기술혁신, 미래사업 발굴, M&A 여부 등에 따라 생존 여부가 판가름 난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결코 쉽지 않다. 미래시장 흐름을 읽는 깊은 통찰력과 지속적인 혁신 능력을 가진 CEO가 각광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각종 도전에도 세계 1위를 유지하는 기업은 대단한 것이다.
이명용(경제부장·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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