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국장 탈출- 이명용(경제부장·선임기자)

기사입력 : 2024-12-09 19:17:31

올 들어 국내 주식 시장이 하락세다. 지난해 말 대비 최근 코스피가 9%, 코스닥이 20% 이상 떨어졌다. 다른 주요 국가와 비교해도 참담하다. 같은 기간 대부분 주요 국가는 상승했기 때문이다. 미국 대표 주가지수인 S&P500과 일본 닛케이가 20% 이상 오르고 대만 가권지수도 30% 정도 올랐다. 전쟁 중인 러시아나 통화가치가 크게 떨어진 멕시코를 제외하면 국내 주가 하락이 가장 큰 셈이다.

▼국내 주식시장만 유독 떨어지니 투자자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다. 미장(미국 주식시장)이나 코인판(가상자산)으로 떠나는 ‘국장(국내 주식시장) 탈출’이 유행이라고 한다. 지난 11월 국내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미국주식 가치가 1000억 달러(140조)를 넘어섰다. 미국 주식 보관액은 2021~2023년 536억~ 680억 달러로 증가세가 주춤했다. 1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올해 11월이 처음이다. 미국 트럼프 당선의 영향이 크다. 국내 가상자산 시총도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55조원으로, 6개월 만에 27%가 증가했다.

▼국장 탈출의 증가는 돈이 되지 않고 기대감도 없기 때문이다. 이익이 나지 않는 기업의 주가가 오르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국내 증시를 억누르고 있다. 실제로 주요 기관들이 트럼프의 당선과 최근 비상계엄 사태로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을 어둡게 보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상장사들의 쪼개기 상장 등 투자자 기만 행태도 크게 작용한다.

▼증시는 경제 성장의 엔진이다. 기업은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해 신규 사업에 투자하고 설비를 늘리며 인수·합병을 한다.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으로 주식이민을 가면 국내 상장사들은 주식폭락과 함께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한국경제에 타격이 된다. 국내 증시를 살리려면 상장 기업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 기업 경쟁력 강화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기업과 정부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

이명용(경제부장·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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