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고환율 쇼크 - 이명용 (경제부장·선임기자)

기사입력 : 2024-12-30 20:53:04

우리나라 사람들은 환율에 민감하다. 지난 1997년 발생한 IMF 외환위기의 뼈아픈 기억 때문이다. 정부가 외국자본의 이탈에 따른 달러 부족으로 대외채무 결제 등을 할 수 없는 외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 것으로, 원-달러 환율이 1995원까지 치솟았다. 또 2008년 세계 경제를 휩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세계금융위기로 환율이 2009년 1600원대까지 급등하면서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기도 했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 지난 27일 1467.5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1300원대에 머물던 환율이 이달 들어 급등한 것은 12·3 비상계엄·탄핵 사태 등 정국 혼란과 미국 연준의 2025년 기준금리 속도 조절 발표 등이 작용한 데 따른 것이다. 환율이 조만간 150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고환율은 수출에 긍정적이지만 장기화되면 저성장 탈출의 대응이 어려워진다. 현재 부진한 내수가 계엄·탄핵 사태로 더 위축됐다. 여기에 ‘관세 폭탄’을 공언한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 달 출범하면 우리 경제는 내수·수출 동반악화로 1%대 성장이 전망된다. 한은이 금리인하를 고민하지만 그로 인한 환율 상승이 문제다. 치솟는 환율이 물가를 자극하고 수입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려 소비 위축과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 안정이 시급하다. 경제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침체된 내수경기 진작과 트럼프 리스크 극복에 힘을 합치고, 재정 확대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제 시스템의 정상적인 가동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성장 역량을 키우는 펀더멘털 강화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정치권은 정국 불안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경제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외국인들이 더 이상 이탈하지 않도록 각종 불안심리를 잠재울 필요가 있다.

이명용 (경제부장·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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