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후판 덤핑관세에 도내 조선·건설 ‘비상’·철강 ‘안도’
산자부, 관세 최대 38% 부과 결정
조선·건설, 가격 인상에 수익 악화
철강, 시장 정상화로 실적 회복 기대
정부가 중국산 철강 후판(두께 6㎜ 이상 강판)에 대해 최대 38%의 반덤핑 관세를 잠정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도내 조선·건설업계는 가격상승으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반면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후판 공세 차단으로 실적을 회복할 수 있어 안도하고 있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무역위원회는 지난 20일 열간압연 후판에 27.91~38.02% 범위에서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기획재정부장관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최종 판정 전 국내 기업 피해를 막기 위한 임시 조치로, 기재부가 1개월 내 잠정 조치 부과 여부를 결정한다.

철강./연합뉴스 자료사진/
◇반덩핑 관세 배경= 후판은 국내 유통량의 절반 이상이 선박 제조용으로 쓰이고 나머지는 교량과 플랜트 등 건설 자재로 주로 쓰인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체 철강 제품 생산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10~15% 수준이다. 국내 철강사들은 중국산 저가 후판이 밀려들면서 시장이 교란되고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다고 호소해왔다.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2021년 33만t에서 2023년 125만t으로 약 4배 증가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달 기준 한국산 후판의 t당 가격은 90만원이다. 중국산은 이보다 20~30%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다. 업계가 꾸준히 최소 20%의 관세 부과를 요구한 배경이다.
◇조선·건설업계 실적 악화 주장= 이번 조치로 조선업체들은 후판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조선사는 중국산 후판 사용을 늘려왔다. 후판이 선박 원가의 20%를 차지하는 만큼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선업 원가 비중에서 재료비가 50% 이상을 차지하는데 후판의 경우, 가격이 10%만 상승해도 선가는 72억~108억원 상승한다.
현재 한화오션 등 국내 주요 조선업체들의 중국산 후반 사용량이 전체의 20% 수준에 달하고 중소 조선사들의 경우 50~7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중국산 후판 가격이 높아질 경우 중소형 조선사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내 중형조선사 관계자는 “조선 호황이 어렵게 찾아왔는데 이번 조치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중형조선소는 후판가격이 오르면 현재도 중국에 밀리는 가격 경쟁이 더욱 벌어져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정부가 중국산 후판가격에 반덩핌 관세를 물리기로 한 것에 대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 부동산 경기침체 속에 건설사 수익성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후판 30~40%는 건설 시장에서 소비된다.
도내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금리·고환율·고물가로 원자재값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추가 악재를 맞게 됐다”면서 “공사비를 낮추기 위해 중국산 후판을 사용하는 현장에서는 공사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이를 두고 시행사와 갈등이 함께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 실적 기대= 반면 철강업계는 이번 결정이 중국산 수입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강력한 의미를 담고 있다며 크게 반기고 있다. 이로 인해 조선·건설업계가 중국산 대신 국산 제품을 사용한다면 매출의 15% 안팎을 차지하는 후판 시장 주도권을 되찾으면서 실적 악화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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