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창고에 돌돌돌 구르는 남해 돌문화

남해 시문마을 돌창고 7월 2일까지 돌돌돌展

창원 출신 김혜련 작가·남해 석공 김수남 참여

암각화서 영감받은 그림·돌담 ‘다랑논’ 등 선봬

기사입력 : 2023-05-16 08:11:33

남해 시문마을 돌창고에서 돌 문화를 다룬 ‘돌돌돌’전이 열리고 있다.

‘흙보다 돌이 많다’는 남해에서 전시 제목 그대로 ‘돌’창고에서 ‘돌’을 쌓으며 ‘돌’로부터 받은 영감을 표현한 전시다.

남해 돌창고에서 열리고 있는 ‘돌돌돌’전. 김혜련 작가가 남해 벽련마을 암각화의 선을 유화와 수묵화로 표현한 ‘남해여행’ 연작.
남해 돌창고에서 열리고 있는 ‘돌돌돌’전. 김혜련 작가가 남해 벽련마을 암각화의 선을 유화와 수묵화로 표현한 ‘남해여행’ 연작.
남해 벽련마을 비탈에서 발견된 암각화. 김혜련 작가가 탁본을 뜨니 시옷이 두번 겹친 '곳'이라 글자가 나타났고, 이 암각화는 작업의 영감이 됐다.
남해 벽련마을 비탈에서 발견된 암각화. 김혜련 작가가 탁본을 뜨니 시옷이 두번 겹친 '곳'이라 글자가 나타났고, 이 암각화는 작업의 영감이 됐다.

선사시대부터 인간이 가장 단단한 도구로, 안식처로 쓸 수 있었던 돌. 인간의 첫 도구는 뗀석기가 됐고 돌에 남긴 문명의 흔적들이 지금까지 남아 전해지고 있다.

이 전시는 창원 출신 김혜련 작가가 남해에서 발견한 암각화에서 비롯됐다. 그는 지난 2020년 도로 공사로 훼손될 위기에 놓인 남해 벽련마을의 암각화를 잊지 못해 다시 찾아 탁본을 뜨면서 강한 영감을 받는다. 새 발자국으로만 여겼던 문양이 문자 시옷이 두 번 겹친 ‘곳’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오후 남해 돌창고에서 열리고 있는 돌돌돌展. 김혜련 작가가 남해 벽련마을 암각화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남해여행' 연작이 전시돼 있다.
지난 12일 오후 남해 돌창고에서 열리고 있는 돌돌돌展. 김혜련 작가가 남해 벽련마을 암각화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남해여행' 연작이 전시돼 있다.
지난 12일 오후 남해 돌창고에서 열리고 있는 돌돌돌展 모습. 가나스톤 석공 김수남씨의 작품 '다랑논' 앞으로 김혜련 작가가 남해 벽련마을 암각화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남해여행' 연작이 전시돼 있다.
지난 12일 오후 남해 돌창고에서 열리고 있는 돌돌돌展 모습. 가나스톤 석공 김수남씨의 작품 '다랑논' 앞으로 김혜련 작가가 남해 벽련마을 암각화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남해여행' 연작이 전시돼 있다.

형형색색의 컬러를 쓴 작품들로 인정받은 김혜련 작가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수묵과 흑백의 유화로 암각화의 선들을 큰 화폭에 그려나가면서 돌 유적이 주는 원시적이고 주술적인 힘을 펼쳐 보였다. 학문적 연구와는 달리, 관람객들이 유적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끔 감각적으로 탐구하고 연구한 결과다.

김 작가는 “곳은 우리말로 위치를 지칭하는 단어지만 그 안에는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 느껴졌다”며 “마침 독일어에 신(神) 발음이 Gott(고트)라 연상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오후 남해 돌창고에서 열리고 있는 돌돌돌展. 김혜련 작가가 남해 벽련마을 암각화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남해여행' 연작이 전시돼 있다.
지난 12일 오후 남해 돌창고에서 열리고 있는 돌돌돌展. 김혜련 작가가 남해 벽련마을 암각화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남해여행' 연작이 전시돼 있다.
가나스톤 석공 김수남 작가의 작품 ‘다랑논’.
가나스톤 석공 김수남 작가의 작품 ‘다랑논’.

전시장 왼편에는 돌을 쌓아 만든 ‘다랑논’이 있다. 이 작업은 남해에서 나고 자란 김수남 작가의 데뷔작이다. 이전까지는 남해 가나스톤(가나석재)를 운영하는 석공이었다. 그간 주문받은 여러 작업에도 미적 감각이 무수히 발현됐을 것이지만, 이번에는 그의 이름을 걸고 자연석으로 만든 작품을 만들고 전시함으로써 작가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돌창고가 의뢰한 건 ‘높은 돌담’ 작품이었지만 그는 빛이 내리쬐는 창 간격을 두고 벽을 나눠 쌓는 조형 의지를 보였다. 이 작품 덕에 이번 전시는 자연광 아래서 돌의 물성과 쌓이는 성질을 오롯이 느낄 수 있게 됐다.

전시는 돌창고 내부에서 끝나지 않는다. 옆 건물 카페 공간에는 남해에 돌 문화로 볼 수 있는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다. 물고기를 잡을 때 썼던 석방렴의 돌, 남해의 명물 다랑논의 비탈면을 지탱하는 돌, 금산의 돌, 족히 30개가 넘는 고인돌까지 남해 지도 위에 표시해 놓았다.

지난 12일 오후 남해 돌창고 돌돌돌展에서 전시를 기획한 최승용 대표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남해 돌창고 돌돌돌展에서 전시를 기획한 최승용 대표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남해 돌창고 돌돌돌展에서 전시를 기획한 최승용 대표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남해 돌창고 돌돌돌展에서 전시를 기획한 최승용 대표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3년간 남해 보호수를 기록한 데 이어 돌 문화를 모은 전시를 기획한 헤테로토피아 최승용 대표는 돌 유산을 예찬했다. 그는 “남해의 돌 문화유산은 오늘날까지 우리네 삶과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돼주고 있다”며 “작고 가볍고 매끄러운 것을 아름답다고 인식하는 시대, 육중하고 거칠고 돌출된 돌은 시대의 미의식에 어긋나겠지만 무한한 시간성과 육중함에 숭고함이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관람객은 남해의 돌 문화를 감상하며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 돌이 주는 안정감이 돌돌돌 굴러 발에 채일지 모른다. 전시는 7월 2일까지. 목요일 휴무.

글·사진=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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