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의자- 이종훈(디지털미디어국장)

의자는 현대인들이 일상 중에 가장 많이 접촉하는 사물이며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어릴 적에는 보행기와 유모차에, 집에서는 책상과 소파에, 학교에서는 교실 의자에, 직장에서는 사무실 의자에 앉아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인간의 삶과 밀접해 바라보는 시선과 관점도 다양하다. ‘휴식처’와 ‘힘과 권위, 부의 상징’도 되고 ‘일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의자는 아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수천 년 동안 존엄과 위엄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인 사물로 활용돼 신분과 지위, 계층 문제와 연결되기도 한다. 임금이 앉은 자리는 어좌이며 그 자리에 앉아야 군주가 되는 것처럼 사회적으로 지위를 드러내는 상징물이자 싸움의 전리품이기도 하다. 영어의 의자, ‘Chair’도 ‘의장’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지금도 국회나 공식 회의 자리에서 ‘의자(의석)’는 권위의 상징이다.
▼예나 지금이나 계급사회의 의자는 엄혹하게 자리가 정해져 있다. 외국의 한 학자가 의자를 ‘권위주의의 상징이자 우리 몸을 왜곡하는 문명의 잔인한 도구’라고 표현할 만큼 모든 자리는 그 자리만큼의 가치가 있고 그만큼의 권력을 누린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누구나 모두 사용하는 의자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욕망이 담겨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천하를 호령하는 자리에 앉는다 해도 한시적이며 결국 안식처로서의 의자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이다.
▼의자는 궁극적으로 휴식이나 편안함을 준다. ‘서 있는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당신의 자리가 돼드리리다’라는 대중가요 가사처럼 따뜻하고 정겨운 위로가 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쉼 없이 나아가기보다는 가끔 주변의 빈 의자에 앉아서 숨을 고르며 삶을 뒤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면 누구나 앉을 수 있는 누군가의 빈 의자가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는 빈 의자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종훈(디지털미디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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