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며] 인간이라서- 조고운(디지털뉴스부장)

기사입력 : 2024-07-15 19:41:41

경남신문 유튜브 채널의 브랜드 슬로건은 ‘경남의 목소리,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채널의 목표는 경남 지역 소식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며, 지역주민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지역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미디어 채널입니다. 채널의 브랜드 가치는 ‘신뢰성, 지역성, 소통, 혁신’이며, 채널 브랜드 색상은 경남의 자연을 반영하고 신뢰와 공정을 의미하는 청록색과 흰색을 주로 사용합니다. 유튜브 콘텐츠는 경남의 라이브 리포트 쇼츠 영상, 경남의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 경남의 농촌 재생 이야기, 경남의 1분 역사 시리즈, 경남의 문화유산 탐방, 경남의 히든 잼 10곳, 경남 전통 맛 레시피, 경남의 숨은 영웅 인터뷰, 경남 청년 이야기, 경남 스포츠 명장면 등……. ’

챗지피티(ChatGPT)가 10초 만에 제안한 경남신문 유튜브 채널 브랜딩 전략의 일부다. 편집국에서 디지털미디어국으로 자리를 옮기고 지난 6개월간 고민한 채널 브랜딩의 결과값과 대동소이하다는 데 쓴 웃음이 났다.

반년 동안 디지털뉴스부의 부서장으로서 뾰족한 유튜브 전략 하나 만들지 못하고 있는 입장이다. 후배들의 노력으로 ‘후딱 알려주는 뉴스극장(후알뉴)’, ‘애니멀 봉사단(애봉단)’ 등의 나름 고유 콘텐츠를 만들고는 있지만 신문과 영상, 기자와 유튜버 사이 어디쯤에서의 혼돈의 나날이 이어지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급한 마음에 AI(인공지능)가 황금알을 낳아주길 내심 기대했다. 물론 챗지피티의 깔끔한 기획 구성과 콘텐츠 특화 전략과 국내외 언론 유튜브 사례, 인트로와 아웃트로 대본 등의 보고 체계는 월등했다. 그럼에도 지역의 정서와 신문사의 특성을 반영한 고유의 기획안은 찾을 수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채팅창의 평범한 수준의 답들을 마주하는 순간 실망감과 안도감이 교차한다. AI에 도움을 받고픈 마음 한 편에 AI가 인간의 생각을 능가하지 않길 바라는 불편한 불안감이 공존했기 때문일까. 송길영 작가는 책 ‘시대예보’에서 말한다. 사람들은 AI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환상이 담긴 글이 올라오면 깜짝 놀라고 두려워하지만, 몇 달도 안 되어 생각보다 AI의 정확도와 현실적인 성과가 적을 것이라는 글이 올라오면 ‘그럼 그렇지’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고. AI를 향해 경탄과 두려움이라는 양가적 감정을 갖는 건 필자만이 아닌 듯하다.

이미 AI는 그림과 시, 소설, 영화 창작은 물론 기사 작성과 뉴스 진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어쩌면 머지않아 AI가 제작하는 경남뉴스 유튜브 채널과 경쟁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역할은 무엇일까. 잘 모르지만 AI가 아닌 인간이라서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 아닐까 싶다. AI에게 구할 수 없는 답을 찾는 뉴스 채널, 경남에 사는 인간이라서 만들 수 있는 콘텐츠 같은 것들 말이다. 이 글을 적는 순간에도 그 답이 있을까 싶지만, 소설가 김영하의 이야기에 희망을 가지고 다시 골몰해 보기로 한다.

“로봇이 사람 소설가를 대체하기 어려운 이유는, 우리가 그게 인공지능이란 걸 아는 순간 마음이 차게 식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상실감을 기계가 알 리가 없지않나. 우리가 인간의 예술을 좋아하는 것은 인간이 기계보다 잘 해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나와 같이 늙어가고, 나와 같이 가까운 사람의 상실을 겪는 그런 것. 그걸 기계가 하면 인간은 ‘어디서 아는 척이야?’ 이런 반응을 하게 된다.”

조고운(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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