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신(新)경조사- 조고운(디지털뉴스부장)

김의 장례식장 초대 링크를 클릭한다. 그가 좋아했던 동네 앞 카페를 배경으로 김이 앉아 있다. 생전 모습을 재현한 아바타다. 웃을 때 길게 처지는 눈꼬리도, 저음의 허스키한 목소리도 똑같다. 카페 안에는 김이 좋아하던 노래가 흐르고, 평소 아꼈던 물건들이 있다. 벽면에는 김의 생애를 담은 영상이 재생된다. 그를 충분히 추억한 후 그의 손을 잡고 작별의 인사를 전한다. 가상화폐로 부조금을 지불하고 카페를 나온다. 미래 영화 같은 이 장면들은 이미 미국 등에서 시행 중인 AI장례식 풍경이다.
▼과거 경조사는 마을의 일이었다. 결혼식엔 온 마을이 축하했고, 장례식엔 동네가 슬픔을 함께 나눴다. 우편이나 종이 또는 전화를 통해 소식을 알렸고, 사람들은 식장에 직접 방문하는 걸 예의로 여겼다. 결혼식이 끝난 후엔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저녁 내내 부부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며 새로운 시작을 축하했고, 장례식장에서는 조문객들이 밤새 술 마시고 화투를 치는 등 작은 소란으로 상주의 슬픔을 달랬다.
▼시대가 바뀌면서 경조사 문화도 새롭게 바뀌고 있다. 최근에는 예식장 키오스크 등장이 화제가 됐다. 접수대 자리에 세워진 키오스크에 축의금을 넣고 하객 이름을 남기면 주차권과 식권이 나온다. 누군가에게 접수를 부탁하지 않아도 되고, 도난·분실의 우려가 없다는 장점에 젊은 세대는 환영한다. 반면 키오스크가 어색하고 예의를 중시하는 실버 세대는 불편함과 불쾌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경조사 문화에 정답이 있을까. 경조사는 타인과 함께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경험을 공유하고, 새로운 공동체와 연대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옛 전통방식을 고수하든, AI 기술과 자동화 기기를 사용하든 그 본질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그 방법은 당사자에게 맡기고, 축하하고 위로하는 마음에 집중해보면 어떨까. 신(新)경조사 문화를 마주하는 태도에 대한 단상이다.
조고운(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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