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미룬이- 조고운(디지털뉴스부장)

기사입력 : 2024-10-30 19:20:43

‘시작이 제일 무서워 미룬이. 완벽하지 못할까 봐 지금이. 내일의 나에게 일단 미루지. 그러다가 돼버렸지 미룬이. …시작이 제일 즐겁던 어린이는 끝내는 데만 급급한, 어른이 되지도 못했지 나는 미룬이.’ 세상의 많은 ‘미룬이’의 공감을 사며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맨 이제규의 노래, ‘미룬이’의 가사다. 매번 칼럼 마감이 코앞에 닥쳐서야 노트북을 켜는 필자에게는 남의 노래가 아닌 듯 들린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은 ‘미룬이’들이 살고 있는 듯하다. ‘미룬이’ 뮤직비디오 유튜브 영상은 300만 조회수를 넘겼고, ‘미룬이 챌린지’도 SNS에서 유행이 됐다. 현재 테드(TED) 유튜브 채널에서 최다 조회수를 기록한 강연은 ‘팀 어번-할 일을 미루는 사람의 심리’ 이고, 책 ‘미루기 중독자를 위한 최후의 처방’은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우리는 왜 일을 미루는 걸까. 똑같이 미루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도 그 이유는 제각각 다르다. 책 ‘나는 왜 꾸물거릴까?’에서는 미루는 사람을 세 가지 유형으로 정의한다. 때가 되면 어떻게든 일을 마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진 ‘비현실적 낙관주의자 유형’, 뛰어나게 잘하고 싶어 실패를 두려워하여 시작을 하지 않는 ‘완벽주의 유형’,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의욕이 넘치다가 흥미를 잃으면 금방 포기해 버리는 ‘자극추구 유형’이 있다고 한다.

▼무언가를 미룬다는 것은 스스로 미루는 선택을 하는 행위다. 그러므로 후회하거나 신뢰를 잃는 것도 자신의 몫이다. 다만 미루는 선택을 통해 또 다른 것을 얻는 긍정적 효과를 내기도 한다. 책 ‘미루기의 천재들’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찰스 다윈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미루기를 통해 천재적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아직은 때가 아니다’고 외치며 자신만의 속도를 지켜 가고 있는 세상의 ‘미룬이’들을 응원하며, 칼럼 지각에 대한 변명을 마무리해 본다.

조고운(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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