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가을 폭설- 조고운(디지털뉴스부장)

기사입력 : 2024-11-28 19:29:17

117년 만의 가을 폭설이 내렸다. 1907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11월 기준 서울에서 가장 많은 눈이었다. 27일 하루 동안 서울·경기 지역은 40㎝ 가까운 눈으로 뒤덮였다. 절기상 소설(小雪)을 넘기긴 했지만, 첫눈이 이렇게 펑펑 내리는 풍경은 그동안 보지 못한 것이었다. 예측하지 못한 눈폭탄은 많은 이들의 길을 막았고, 누군가를 다치게 했으며, 심지어 목숨까지 앗아갔다. 기상청은 이번 대설의 원인을 올여름 폭염으로 뜨거워진 서해에서 찾았다.

▼올해 설악산 단풍은 단풍 관측이 시작된 1985년 이래 가장 늦은 10월 30일에 절정을 맞았다. 평년보다 12일이나 늦었다고 한다. 무더운 가을 날씨 탓에 전국의 나무들이 ‘지각 단풍’ 현상을 빚었고, 어떤 나무들은 색이 바뀔 새도 없이 낙엽으로 떨어졌다. 단풍으로 대표되던 가을의 거리는 모기와 폭설이 공존하는 기묘한 풍경으로 변했다.

▼올해 마산국화축제는 국화 꽃 없는 국화축제로 막을 내렸다. 높은 기온으로 축제 기간이 끝나서야 국화 꽃이 폈기 때문이다. 경기도 연천군은 늦은 개화로 국화 축제 기간을 연장했고, 전남 신안군의 퍼플섬 아스타 꽃축제는 아예 축제를 취소했다. 폭염이 가을까지 이어지면서 아스타 국화는 제대로 피지 못하고 말라버렸다. 사계절의 질서가 무너지면서 꽃 축제와 같은 자연을 이용한 인간들의 축제도 흔들리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이 2024년 가을이 우리에게 보내는 엄중한 경고다. 이처럼 당연히 누렸던 자연의 순리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내일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함 속에 하루를 넘기고 있다. 변화는 가장 작은 실천으로 시작된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바로 용기를 내서 실천해야 한다. 과거의 선택이 지금을 만들었고, 지금의 선택이 미래를 만든다. 이는 만고의 진리다.

조고운(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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