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따뜻한 뉴스- 조고운 (디지털뉴스부장)

기사입력 : 2025-01-02 08:09:14

얼마 전, 신문사 인근 왕복 8차선 도로에서 1t 트럭에 실려 있던 소주 9상자가 도로에 쏟아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깨진 소주병 파편이 사거리 일대에 퍼졌다. 트럭 운전자가 파편을 치우기 시작하자 이를 본 시민들과 인근 아파트 경비원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나서 수습을 도왔다. 그렇게 난장판이었던 거리는 6분 만에 깨끗해졌다. 병을 치우던 중 손가락을 다친 한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우짜든지 돕고 살아야죠.”

▼2017년부터 매년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익명의 성금을 보내는 익명의 기부천사가 있다. 그는 2024년 연말에도 어김없이 6000만원이 넘는 현금을 기탁했다. 그는 매년 사무실 앞에 현금과 손 편지가 든 상자를 두고 발신제한 전화로 이를 알리고 홀연 사라진다. 이웃성금 외에도 이태원 참사, 우크라이나 전쟁, 집중 호우 피해 등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성금을 보내온 그의 누적 기부액은 총 6억7200만원에 달한다.

▼고통에 잠긴 무안국제공항에 위로의 마음들이 모이고 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슬픔에 잠긴 유족들을 위해 공항 내 카페에는 익명의 선결제가 잇따르고 있고,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밥차 운영과 심리 치료 상담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흑백요리사로 유명한 안유성 셰프는 김밥 200인분과 전복죽 300그릇을 만들어 전하기도 했다.

▼이 세상은 과연 살 만한 곳일까. 계엄과 참사 등 절망적인 뉴스가 끊이지 않는 요즘, 이런 질문을 자주 던지게 된다. 갑갑한 마음이 들 때면 잠시 따뜻한 뉴스를 떠올린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이런 이야기는 결국 ‘이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라는 희망에 가 닿는다. 어쩌면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거대한 권력이나 이념이 아니라, 누군가를 돕다 다친 손가락, 마음이 담긴 커피 한 잔, 혹은 김밥 한 줄 같은 작은 온정이 아닐까. 올해는 따뜻한 뉴스를 더 많이 전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

조고운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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