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따뜻한 뉴스- 조고운 (디지털뉴스부장)

얼마 전, 신문사 인근 왕복 8차선 도로에서 1t 트럭에 실려 있던 소주 9상자가 도로에 쏟아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깨진 소주병 파편이 사거리 일대에 퍼졌다. 트럭 운전자가 파편을 치우기 시작하자 이를 본 시민들과 인근 아파트 경비원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나서 수습을 도왔다. 그렇게 난장판이었던 거리는 6분 만에 깨끗해졌다. 병을 치우던 중 손가락을 다친 한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우짜든지 돕고 살아야죠.”
▼2017년부터 매년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익명의 성금을 보내는 익명의 기부천사가 있다. 그는 2024년 연말에도 어김없이 6000만원이 넘는 현금을 기탁했다. 그는 매년 사무실 앞에 현금과 손 편지가 든 상자를 두고 발신제한 전화로 이를 알리고 홀연 사라진다. 이웃성금 외에도 이태원 참사, 우크라이나 전쟁, 집중 호우 피해 등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성금을 보내온 그의 누적 기부액은 총 6억7200만원에 달한다.
▼고통에 잠긴 무안국제공항에 위로의 마음들이 모이고 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슬픔에 잠긴 유족들을 위해 공항 내 카페에는 익명의 선결제가 잇따르고 있고,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밥차 운영과 심리 치료 상담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흑백요리사로 유명한 안유성 셰프는 김밥 200인분과 전복죽 300그릇을 만들어 전하기도 했다.
▼이 세상은 과연 살 만한 곳일까. 계엄과 참사 등 절망적인 뉴스가 끊이지 않는 요즘, 이런 질문을 자주 던지게 된다. 갑갑한 마음이 들 때면 잠시 따뜻한 뉴스를 떠올린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이런 이야기는 결국 ‘이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라는 희망에 가 닿는다. 어쩌면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거대한 권력이나 이념이 아니라, 누군가를 돕다 다친 손가락, 마음이 담긴 커피 한 잔, 혹은 김밥 한 줄 같은 작은 온정이 아닐까. 올해는 따뜻한 뉴스를 더 많이 전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
조고운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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