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리더포비아(leader phobia)- 조고운(디지털뉴스부장)

덜컥 부장이 됐다. 부장이란 호칭은 어색했고, 자리의 무게는 부담됐다. 부서원들과 함께 더 성장하고 싶은 욕심만큼 다시 일선으로 도망 가고 싶은 날들도 많았다. 초짜 부장들을 위한 콘텐츠를 뒤적이며 답을 찾아보던 날들이 쌓여 겨우 1년의 시간을 넘겼다. 이제 꽤 적응을 했나 싶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내게 부장 자리는 어렵다.
▼리더포비아(leader phobia), 리더가 되는 것을 싫어하는 사회현상을 말하는 신조어다. 과거 직장인들의 꿈이었던 ‘승진’이 기피와 놀림의 대상이 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지난해 임단협에서 ‘승진 거부권’을 요구해 업계에서 화제가 됐고, 간부보다는 ‘만년 과장’을 꿈꾸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국내외 설문조사 결과, 젊은 세대 10명 중 5명은 ‘승진을 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고, 그 이유로 ‘책임지는 위치의 부담감, 높은 스트레스 지수와 낮은 보상을 꼽았다.
▼글로벌 IT 기업 ‘구글’은 흥미 있는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리더의 역할을 최소화할 경우 일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라는 가설을 세우고, 엔지니어들이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관리자 역할을 최소화하는 실험을 한 것이다. 결과는 가설과 달랐다. 탁월한 리더가 있는 조직이 그렇지 않은 조직에 비해 성과도 높고 구성원의 이직률도 낮으며 훨씬 더 강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 냈다.
▼책 ‘정답 없는 세상에서 리더로 살아남기’에서 작가는 리더 변화를 이렇게 설명한다. ‘그동안 리더는 나의 선택이 아닌 선발되고 보임 받는 과정이었고, 회사로부터의 인정이고 감사한 영역이었다. 그러나 이제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회사 차원의 요구와 자신의 자발적 선택과 결단이다.’ 이제 유능한 인재의 선택을 받기 위해 회사가 변해야 하는 시대다. 조직을 넘어 우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조고운(디지털뉴스부장)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