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간 ‘이동식 에어컨 소비효율등급제’ 엇박자… 실효성 의문

기사입력 : 2025-02-24 20:53:43

산업부, 올해부터 등급표시제 시행
효율 낮은 제품 생산·유통 제한
고용부·안보공단에 기준 반영안돼
“5등급 이상 받은 제품만 지원해야”


정부에서 시행하는 이동식 에어컨의 에너지 소비효율등급 표시 제도가 정부 부처간 엇박자를 보이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 절감을 위해 도입된 이 제도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선 부처 간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4일 오후 창원의 한 회사 전시장에 이동식 에어컨이 전시돼 있다./전강용 기자/
24일 오후 창원의 한 회사 전시장에 이동식 에어컨이 전시돼 있다./전강용 기자/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부터 이동식 에어컨에도 에너지 소비효율등급 표시 제도를 적용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진행하는 사업에는 이 같은 기준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산업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에너지 소비효율등급 표시 제도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TV처럼 널리 보급된 에너지 소비가 많은 제품을 대상으로 1~5단계 에너지 소비효율등급 표시를 의무적으로 제품에 부착하게 한 제도다. 최저 기준인 5단계에 해당하는 제품은 생산과 판매가 금지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효율관리기자재 운용규정’ 개정안에 따라 올해부터 식기세척기, 이동식 에어컨 등의 품목도 에너지 소비효율등급을 적용받게 됐다.

이 가운데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폭염에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들을 위한 ‘온열질환 예방장비 및 온열환경 개선설비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지원 규모는 총 200억원으로, 구입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지원품목은 이동식 에어컨, 산업용 선풍기, 그늘막 등 온열질환 예방장비와 고정식 산업용 냉풍기, 제트팬, 실링팬 등 온열환경 개선설비다.

산업부는 올해부터 이동식 에어컨에도 에너지 소비효율등급 표시제를 적용해 효율이 낮은 제품의 생산과 유통을 제한하고 있지만,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시행하는 지원 사업에서는 이러한 기준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산업부 방침과 무관하게 에너지 소비효율등급을 받지 않은 이동식 에어컨을 구매해도 지원이 가능하다. 현재 시장에는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을 받지 않은 지난해 생산된 제품도 유통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지원 사업이 에너지 효율과 무관하게 진행될 경우, 에너지 절감을 위해 시행된 산업부 정책과는 배치된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한 도내 업계 관계자는 “산업부는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며 등급제를 도입했는데, 노동부는 효율과 상관없이 지원해 주는 모순적인 상황” 이라며 “정부간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산 저가 제품이나 에너지 소비효율등급 미인증 제품을 판매할 경우 영세 중소기업에 과다하게 전기요금이 부과돼 부담이 될 수도 있다”며 “규정안에 맞게 에너지 소비효율등급이 5등급 이상 받은 제품만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올바른 정책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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