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겡남말 소꾸리] (266) 머들거리다, 버어지다

▲경남 : 얼매 전에 건강검진을 받았더마는 다른 거는 벨끼 없는데 과체중에다가 복부비만이라 카더라. 인자부텀 달리기로 하든가 해가 살로 쪼깨이 빼야 되겄더라꼬.
△서울 : 나도 나잇살 때문인지 배가 나와서 큰일이야. 최근엔 글자가 잘 안보여 안과에 갔더니 노안이래. 벌써 노안이 올 나이가 됐나 싶어 기분이 좋지 않더라.
▲경남 : 우짜겄노. 나 무우모 다 그런 거 아이가. 안과 이바구하다 보이 새앵킨긴데 니 ‘머들거리다’라 카는 말 들어봤나?
△서울 : ‘머들거리다’라고? 처음 듣는데 무슨 뜻이야?
▲경남 : 후배가 울매 전에 눈에 머어시 들어간 거 겉애서 벵원에 가가 “눈이 머들거린다” 카이 이사(의사)가 몬 알아듣더라 카더라꼬. 말이 안 통하이 후배도 이사도 울매나 답답했겄노. ‘머들거리다’는 눈이나 입에 작은 이물질의 알갱이가 들어가 불편하게 느껴지다라는 뜻인데 포준어는 없다. ‘눈에 머가 드갔는지(눈에 뭐가 들어갔는지) 누~이 자꾸 머들거린다’, ‘쌀밥만 묵다가 잡곡밥 무우모 입에서 머들거리는 벱(법)이다’ 이래 칸다. 인자 나로 무우나이 노안이 왔다 카고, 앞머리가 버어진 친구도 있고…. 다들 건강 챙기야 될 나가 된 거 겉더라.
△서울 : 건강보다 중요한 건 없지. 세상 살다 보면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겠지만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만들어야지. 그건 그렇고 ‘버어진’은 벗겨진을 말하는 거지?
▲경남 : 하모! ‘버어지다’는 여어선 벗겨지다 뜻이지만 걷히다, 해임되다, 되바라지다 등의 뜻도 있다. 벗겨지다 뜻으론 ‘머리가 훌렁 버어짔더라’, ‘돌가지는 물기가 있을 짜아 까야 껍디기가 잘 버어진다’ 이래 칸다. ‘돌가지’는 ‘도라지’, ‘껍디기’는 껍데기를 말하는 기다. 그라고 걷히다 뜻일 땐 ‘구름이 버어지는 거 본깨로 비가 그만 올란갑다’ 이래 칸다. 또 되바라지다 뜻일 때는 ‘야 이 버어진 놈아!’ 이래 카고. 뭐라 캐사도 건강이 최고 아이가. 우짜든지 몸 단디 챙기라.
허철호 기자
도움말=김정대 경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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