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문화기획] 문화예술의 잉태 현장 ‘경남형 레지던스’ 6곳

예술가들 한자리 모여 문화 가꾸는 ‘예술 텃밭’

기사입력 : 2024-05-29 08:06:54

거제 고당아트센터 ‘예섬’
창원·거제 예술가 뜻 모아 폐교 새단장
청년 6명 작업실·작은미술관 탈바꿈

사천 정미소 ‘공간쌀’
1년에 3명씩 두 차례 입주작가 선발
사천미술관 기획 입주작가 전시 계획

고성 ‘수로요보천도예 창조학교’
도예 부문 특화된 예술가 레지던스
도자예술 기반 다양한 활동 시도 인기

마산현대미술관 ‘경남문화예술연구원’
전국 우수 선정 경남형 레지던스 시초
예술가 작업실 외 지역주민 문화공간

SNK컴퍼니 조형연구소
‘융합예술·미디어아트’ 예술가 아지트
전문적인 작품 활동 매진 가능한 환경

밀양아리나
경남연극협 극작가 발굴 문학 레지던스
6명 입주작가 선발 창작공간 운영


예술가의 작업실, 그 가치를 논하자면 이 문장을 빌려오지 않을 수 없다. ‘작업실은 작품이 탄생하는 우주적 공간이다. 가치관과 취향이 오롯이 담겨 있어 한 예술가를 설명하는 또 다른 형태의 작품과도 같다.’ 지난해 봄, 본지가 ‘예술가의 작업실’ 기획을 시작하며 담았던 말이다. 삶과 작품이 일치하기에 그들이 경험하는 것, 먹고 자고 보고 듣는 공간은 곧 예술이 된다. 많은 지자체와 기관에서 문화예술 지원의 일환으로 예술가들에 레지던스(일정기간 동안 작업실과 거주공간을 제공하는 것)를 지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단 혜택이 예술가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데 모인 예술가들은 서로 탐색하고 배워 지평을 넓히니 예술이 진화하고, 유휴공간을 활용하니 환경을 미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문화공간을 제공한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예술가 레지던스를 ‘문화예술의 잉태 현장’이라고 칭송하는 까닭이다. 이에 경남의 문화예술을 변화시키는 ‘경남형 레지던스’ 여섯 곳을 소개한다. 경남도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주최·주관하고 지원하는 ‘경남형 레지던스 프로그램 지원사업’에는 5월 현재 6개 단체, 34명의 입주작가가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거제 고당아트센터 ‘예섬’.
거제 고당아트센터 ‘예섬’.
거제 고당아트센터 ‘예섬’.
거제 고당아트센터 ‘예섬’.

◇거제 고당아트센터 ‘예섬’= 거제 고당아트센터는 창원과 거제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뜻을 모아 옛 법동초등학교 자리를 창작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으로, 작은미술관과 작가들의 작업실로 이뤄져 있다.

거제 고당아트센터에 입주한 작가들이 지난 14일 워크숍을 갖고 있다.
거제 고당아트센터에 입주한 작가들이 지난 14일 워크숍을 갖고 있다.
거제 고당아트센터에 입주한 작가들이 워크숍을 갖고 있다.
거제 고당아트센터에 입주한 작가들이 워크숍을 갖고 있다.

마을에선 잡초가 무성하다 못해 흉물처럼 방치됐던 이곳 학교부지의 활용처를 고민하던 중 이곳 출신인 곽지은 작가에게 도움을 청한 게 시작. 곽 작가는 평소 친하던 서미자 작가에게, 서 작가가 천원식 조각가에게 말을 꺼낸 것이 계기가 됐다. 오랜 세월 방치됐던 이곳 폐교 곳곳에 이들의 손길이 닿고, 또 마당에는 천 조각가의 작품들이 하나둘 들어오며 예술이 입혀지는 문화공간이다. 이에 더해 ‘예섬’이라는 이름으로 레지던스 사업에 선정되면서 이곳은 경남지역 청년 3명과 거제지역 예술가 1명, 창원미술협회 회원 2명 등 여섯 명의 창작활동이 기대되는 보금자리로 거듭났다.

올해 사천 정미소가 운영하는 공간쌀 레지던스의 상반기 입주작가들이 공간 입구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올해 사천 정미소가 운영하는 공간쌀 레지던스의 상반기 입주작가들이 공간 입구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천 정미소 ‘공간쌀’.
사천 정미소 ‘공간쌀’.

◇사천 정미소 ‘공간쌀’= 사천 남양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정미소도 올해 신규로 선정돼 ‘공간쌀’이라는 이름의 레지던스를 운영하게 됐다. 앞서 ‘예섬’이 6개월간 6명의 입주작가를 동시에 뒀다면, 이곳은 5~7월과 8~10월 두 차례로 나눠 각 3명씩 입주작가를 선발해 운영한다.

앞서 작가 숙소 문제로 두 번의 고배를 마셨지만 공간 대표의 강력한 의지로 숙소 공간을 새로이 단장해 기회를 거머쥐었다. 그 결과, 입주작가들 말로 호텔과 견줄 만큼 훌륭하고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다고 전해진다.

사천 정미소 ‘공간쌀’.
사천 정미소 ‘공간쌀’.
사천 정미소 ‘공간쌀’에 입주한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사천 정미소 ‘공간쌀’에 입주한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사천 정미소 ‘공간쌀’에 입주한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사천 정미소 ‘공간쌀’에 입주한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창작공간을 사천에서 이미 유명한 문화예술복합공간 ‘정미소’에 두는 만큼, 색다른 감성과 젊은 청년작가들의 기발한 창작품들이 만나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공간이다. 공간쌀은 사천미술관 기획 초대전으로 ‘입주작가 합동전’을 계획하고 있다.

수로요 보천도예창조학교 입주작가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수로요 보천도예창조학교 입주작가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고성 ‘수로요보천도예 창조학교’= 고성 수로요보천도예 창조학교는 다년간 레지던스 프로그램 지원사업을 운영해본 곳으로 경쟁률이 높았던 대표적인 곳이다. 통상의 레지던스가 회화작가들을 위주로 운영된다면 이곳은 ‘도예’에 특화돼 있다.

고성 ‘수로요보천도예 창조학교’.
고성 ‘수로요보천도예 창조학교’.
고성 ‘수로요보천도예 창조학교’.
고성 ‘수로요보천도예 창조학교’.

이곳은 기존 전기가마에 더불어 장작가마, 가스가마는 물론, 전국에서 보기 드문 ‘라쿠소성(도자기물이 900℃ 산화되며 1~2시간 내에 유약이 녹는 과정과 결과물을 직접 볼 수 있는 독특한 소성기법)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도자예술을 기반으로 새롭고 과감한 작품 활동을 시도할 수 있는 까닭에 많은 작가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도예에 특화돼 있는 공간이라고 도예가만 받는 것이 아니며, 이곳 또한 폐교를 활용한 공간으로 도자기 체험공간도 운영되기에 독보적인 인기를 자랑해왔다.

마산현대미술관 ‘경남문화예술연구원’.
마산현대미술관 ‘경남문화예술연구원’.

◇마산현대미술관 ‘경남문화예술연구원’= 경남문화예술연구원의 경우 경남형 레지던스의 시초 격으로 볼 수 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전신인 경남문화재단 시절, 즉 2010년에 첫 레지던스 프로그램 지원사업을 운영하며 전국 우수사례로도 선정됐던, 원로 레지던스 단체다.

마산현대미술관 ‘경남문화예술연구원’ 내부 전시실.
마산현대미술관 ‘경남문화예술연구원’ 내부 전시실.
마산현대미술관 ‘경남문화예술연구원’ 내부 전시실.
마산현대미술관 ‘경남문화예술연구원’ 내부 전시실.
마산현대미술관 ‘경남문화예술연구원’.
마산현대미술관 ‘경남문화예술연구원’.

그러므로 그간 이곳을 거쳐간 예술인들 중 다수가 이미 경남지역 문화예술계를 이끌어 가는 위치에 있다. 이곳 역시 기존 폐교를 리모델링한 레지던스 시설이므로 지역민들에겐 문화공간으로, 예술가들에겐 마음껏 예술을 펼칠 작업실로 오랜 시간 작용해오고 있다. 이곳은 6개월 동안 총 5명의 작가가 입주해, 5월부터 창작활동을 펼치게 된다.

에스앤케이컴퍼니 조형연구소가 진행한 아트로 동행 프로젝트 문화탐방.
에스앤케이컴퍼니 조형연구소가 진행한 아트로 동행 프로젝트 문화탐방.
에스앤케이컴퍼니 조형연구소가 진행한 아트로 동행 프로젝트 문화탐방.
에스앤케이컴퍼니 조형연구소가 진행한 아트로 동행 프로젝트 문화탐방.

◇SNK컴퍼니 조형연구소= SNK컴퍼니 조형연구소는 창원시 북면에 위치한 레지던스 공간이다. 고성의 수로요보천도예창조학교가 도예에 특화됐다면 이곳은 ‘융합예술’, ‘미디어아트’ 예술가들의 아지트다.

에스앤케이컴퍼니 조형연구소에 입주한 작가들이 서로 이야기 나누고 있다.
에스앤케이컴퍼니 조형연구소에 입주한 작가들이 서로 이야기 나누고 있다.

이름에서부터 ‘연구소’라는 단어를 취했듯이 이곳은 평소 지역민들에게 공개되는 문화공간은 아니지만, 보다 전문적인 작품활동에 골몰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곳이다. 시설 내 디지털 기술과 융합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연구시설을 갖추고, 지역 미디어 예술 생태계의 구심점이 될 청년작가를 선발해 운영하면서, 북면지역 주민들의 문화예술 향유 공헌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곳에도 동시에 5명의 작가들이 입주해 6개월간 작품활동에 나서게 된다.

밀양 아리나(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
밀양 아리나(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
밀양 아리나(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 전경.
밀양 아리나(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 전경.
밀양 아리나(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 전경.
밀양 아리나(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 전경.

◇밀양 아리나(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 이상 5개 단체가 시각예술 분야였다면, 밀양에는 극작가를 발굴하는 ‘문학 레지던스’가 있다. 밀양아리나 공간에서 운영 중인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가 이들이다.

경남연극협회 경남지회 레지던스에 참여한 작가들이 관계자들과 함께 앞으로의 방향을 의논하고 있다
경남연극협회 경남지회 레지던스에 참여한 작가들이 관계자들과 함께 앞으로의 방향을 의논하고 있다

역사로 비춰, 경남연극은 연극예술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형식을 제시함으로써 대통령상을 다수 수상하며 대외적으로 위상을 높인 바 있는 반면에, 아쉽게도 극작가 활동이 전무하다는 것이 계기가 됐다. 이에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는 경남을 소재로 하는 극을 발굴하기 위해 총 6명의 입주작가를 선발해 문학창작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체로 레지던스가 그 안에서 예술을 만들어낸다면, 문학 레지던스는 공간 안에서보다 지역 곳곳을 답사하며 소재를 찾아내는 것을 우선하면서 아이디어를 정립하는 공간으로서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경남형 레지던스 모두는 숙소 공간과 작업실을 제공하는 동시에 아티스트 개별적으로 40만원의 작품 활동비가 제공된다. 또 레지던스 운영 단체에 한 달의 작품활동 계획서를 제출하면 재료비로 30만원어치의 지출이 가능하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예술가 레지던스의 특장점을 문화예술의 교류로 보고 있다. 작가들이 서로의 기법을 경험하는 일. 그것이 바로 문화예술이, 지역이 성장하는 것이라 믿는다.

진흥원 관계자는 “지역의 인구소멸과 유휴공간 활용이라는 키워드가 요즘 연일 화두인 만큼 지역에서 장기간 입주하며 경남의 미래 예술계를 이끌고 갈 열정 가득한 청년 작가들을 응원하는 사업인 레지던스 프로그램 지원사업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보다 많은 지역 예술인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동시에 지역 폐교 등 유휴공간의 창작공간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김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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