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ON- 최종수와 함께 떠나는 탐조여행] (61) 고방오리

친구도 없고 먹이도 없고… 보금자리 지켜주세요

기사입력 : 2025-02-13 20:57:53

우리나라 흔한 철새였지만 서식지 감소로 개체수 급감
저수지 주변 생태 보전·먹이터 보호 등 환경 개선 필요


주남저수지를 탐조하다 보면 다양한 오리를 만나게 되는데 혹한이 몰아치는 주남저수지에는 청둥오리, 쇠오리, 흰뺨검둥오리, 가창오리 등을 만날 수 있다. 혹한에도 오릿과 새들은 물이 얼지 않은 곳에 모여 추위를 이겨 내는데 오늘 탐조 여행의 주인공이 고방오리다.

고방오리는 과거 주남저수지에서 가창오리가 자취를 감춘 뒤 가장 많은 개체가 월동하던 오리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급격히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며 생태계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고방오리 암컷들이 주남저수지 위를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고방오리 암컷들이 주남저수지 위를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고방오리는 청둥오리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그 나름의 수수하고 고유한 매력이 있다. 고방오리는 다른 오리류에 비해 목이 길고 날씬한 편이며, 수컷의 경우 검은 꼬리깃이 유난히 길게 뻗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머리에서 뒷목까지 이어진 짙은 밤색 깃털과 흰색의 가슴이 선명한 대조를 이루며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암컷은 어두운 갈색의 몸에 얼룩무늬가 있으며, 다른 오리들에 비해 꼬리가 길고 끝이 뾰족하다.

검은 꼬리깃이 유난히 길게 뻗어 있는 고방오리 수컷.
검은 꼬리깃이 유난히 길게 뻗어 있는 고방오리 수컷.

고방오리는 유라시아 대륙 북부와 북아메리카에서 번식하고, 겨울에는 유라시아 대륙과 북아메리카의 온대, 북아프리카에서 월동하며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월동하는 겨울 철새다. 주남저수지에서는 10월 초순에 도래하여 이듬해 4월 하순까지 관찰된다. 물가에 자리 잡은 습지 환경을 선호하며 하천, 하구, 저수지, 호수, 농경지에서 서식한다.

녀석들은 자맥질하여 물속에 있는 수초와 식물의 종자 등을 먹는다. 예전 주남저수지 전체가 얼고 눈이 내렸을 때 고방오리가 얼음 위에서 휴식하다 비행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지금은 주남저수지 주변의 먹이터가 줄어들면서 급속하게 개체수가 줄어들어 예전의 모습은 보기 어려워졌다.

얼음이 언 저수지에 녀석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한가롭게 헤엄치며 힘겨운 겨울을 나고 있다. 부부로 보이는 고방오리 암수가 서로 몸을 부딪치며 부부싸움을 하는 모습도 가끔 볼 수 있다.

부부로 보이는 고방오리 암컷(오른쪽)과 수컷이 몸을 부딪치며 부부 싸움을 하고 있다.
부부로 보이는 고방오리 암컷(오른쪽)과 수컷이 몸을 부딪치며 부부 싸움을 하고 있다.

최근 환경오염과 서식지 감소로 인해 고방오리의 월동 생태가 위협받고 있다. 주남저수지 생태 보전과 먹이터 보호를 통해 고방오리의 서식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고방오리를 보호하는 일은 단순히 특정 조류를 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주남저수지의 생물 다양성을 지키고, 나아가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주남저수지 생태계가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되돌아와 고방오리가 풍성한 무리로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최종수(생태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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