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돌아왔다, 귀향시대] (7) 하동에 살어리랏다

지속가능한 하동살이, 특산물 브랜딩·마케팅 통해 꿈꿔요

기사입력 : 2024-12-23 20:48:35

이번 귀향청년은 지난 2022년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공모사업에 선정돼 청년 유입을 이끌었던 ㈜다른파도 이강희 대표와 권경민 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 대표는 청년들이 하동에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도록 ‘오히려하동’ 등의 이름의 사업을 운영했고, 이를 발판 삼아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자’라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과의 인터뷰에서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은 성공할 수 있을까?’를 물었다. 청년마을이란 지방 청년 유출 방지와 도시 청년의 지역 정착을 지원해 인구감소 지역에 활력을 높이는 정부 정책이다. 지난 2018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전국 청년마을은 39개까지 늘었다. 경남은 거제와 함양, 하동군 등이 포함됐다.

그 질문에 이 대표와 권 이사는 “결국 돌아가더라. 그래도 의미는 있다고 평가한다”라며 “앞으로 청년들이 돌아가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그 방법 중 하나가 회사를 만들어 지역의 것으로 고용이 일어나게 하고 수도권 자본을 유입시키는 건강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다른파도 이강희 대표(왼쪽)와 권경민 이사가 사무실에서 자체 상품으로 개발 중인 배로 만든 술의 맛을 테스트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다른파도 이강희 대표(왼쪽)와 권경민 이사가 사무실에서 자체 상품으로 개발 중인 배로 만든 술의 맛을 테스트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이들을 만나기 위해 찾은 ㈜다른파도 회사는 하동군 읍내가 아닌 섬진강대로 배나무 농가들 주변에 자리해 있었다. 이강희(29)씨와 권경민(27·여)씨가 함께 회사를 차린 날은 지난 2022년 1월 14일. 곧 4년 차를 앞두고 회사 운영도 어느덧 안정화되면서 대표 상품을 만들기 위해 여러 ‘실험’을 하고 있었다. 처음 회사는 읍내에 차렸다가 유통과 제조업 등 규모를 키우고자 농가들의 물류 시스템이 갖춰진 이곳에 이사를 온 것이다. 회사는 하동 농산물과 가공품의 유통, 판매 과정에 접근해 브랜딩과 마케팅 기획, 광고 대행 등 사업을 한다. 사무실 안은 자체 디자인한 하동 매실 포스터, 지리산 벌꿀 스틱 포장박스, 하동 황매실청 페트병 포장재 리뉴얼 상품이 곳곳에 놓여 있어 디자인 감각을 엿볼 수 있었다. 또 이들은 자체 상품 개발에도 나서 배로 만든 술의 맛을 테스트하는 등 꿈을 키워 가고 있었다.

이강희 ㈜다른파도 대표
이강희 ㈜다른파도 대표

하동서 고교 졸업 후 서울서 취직
개발자로 일하다 직업 괴리감 느껴
고향 돌아와 카페 열고 빵집 차려
단골이던 권씨와 뜻 모아 회사 창업

농산물 마케팅·광고대행 사업 시작
배로 만든 술 등 자체상품 개발 목표
“돌아온 청년들 정착시킬 방법 찾고
수도권 자본 유입 시스템 만들어야”

◇이강희 ㈜다른파도 대표= 그는 하동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하동의 회사 대표가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동에서 자라 고교 졸업 후 곧장 서울의 게임 회사에 취업했다. 이씨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유명 게임 회사 등을 다니며 개발자로 서울 생활을 했다. 이씨는 “서울에 로망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잘 즐겼을 것 같은데, 문화생활이나 서울의 어떤 환경은 저에게 완전 꿈꾸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오히려 집값도 너무 비싸고, 바깥으로 많이 돌아다니지 않아 크게 와닿지 않았다”고 했다. 또 게임 개발자로서 직장 생활에 대해 “저는 재미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은데, 게임 산업 자체가 지속적으로 고객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를 해야 하니 괴리감이 컸던 것 같다”고 했다. “제대로 쉬어본 적도 없고, 좀 다른 일도 해보고 싶어 고향에 오게 됐던 것이죠. 일종의 사고랄까요.”

하동으로 돌아온 이씨가 처음 시도했던 것은 카페 창업이었다. 이씨는 “하동에서만 먹을 수 있는 빵이나 디저트가 없었다. 왜 서울에서 철이 지난, 유행이 지난 것이 하동에 와야 하지 생각을 했었고, 아니면 하동 것을 활용해 디저트를 팔면 되지 않을까. 마케팅을 해본 경험이 있으니 좀 경쟁력 있게 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카페를 차렸고 실제로 장사도 잘되면서 읍내에 빵집도 차렸다. 그런데 기계를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사람도 뽑아야 하고, 실제로 일은 정말 많이 하는데,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했다. 이씨는 자신의 카페에 단골 손님으로 오며 프리랜서로 디자인 일을 하던 권경민 이사와 인연을 맺었고, 함께 뜻을 모아 2021년부터 함께 회사 창업을 준비했던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 회사는 이 대표와 권 이사 외 디자이너와 마케터 등 모두 4명이 근무 중이다. 이씨는 “지역에 디자이너가 없어 다른 도시나 수도권으로 외주를 주는 일이 있거든요. 그러면 서울에서 돈이 지역에 왔다가 다시 올라가게 된다”라며 “처음 하동에서 IT 기술을 갖고 여러 앱을 만들거나 하는 계획들이 있었지만 수요를 생각하면 모두 쉽지 않았다. 지역에서 생산해 서울에서 소비하는 방법을 고민했을 때, 농식품 가공업이 임팩트(타격)를 낼 수 있겠구나 깨달았다”고 했다.

권경민 이사·디자이너
권경민 이사·디자이너

고교 졸업 후 부산서 디자인 전공
취업 고민하다 청년동아리 참여
전공 살려 일하다 대표와 인연 맺어
이곳저곳 다니며 고향의 매력 느껴

IT·디자인 기술 서울과 비슷한 수준
작업 통해 지역가게 매출 올라 뿌듯
농부의 철학·고민 널리 알리고 싶어
기회 많은 고향서 창업으로 꿈 이루길

◇권경민 이사 겸 디자이너= 하동에서 역시 태어나고 자란 권경민씨는 대학을 부산에서 나와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그 역시 여러 사회 경험을 하며 포트폴리오를 정리해 서울로 취업을 생각하기도 했었다. “제가 하동에 있으면서 꽤 심심했거든요. 친구들은 하동에 없으니까. 하동 청년 동아리에 우연히 갔고 저도 같이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디자이너로 일을 하게 됐는데, 작업실이 필요해서 여기저기 카페를 다니다 보니 이강희 대표님 카페에 자주 가게 됐던 거죠.” 권씨는 “하동이 재밌는 곳이라는 못 느꼈는데,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하동이 살만한 곳이구나를 느꼈다”라고 했다. 권씨는 “저는 디자인만 하다 보니 회사 서류 처리나 회사 구조를 만든다든지 그런 게 약했는데, 대표님은 제가 못 챙기는 부분을 잘 챙겨줬다”라며 “내가 없는 걸 많이 가진 사람이구나, 사업 파트너로서 잘 맞는 면이 있구나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권씨가 하동에서 지금까지 해온 일 중에는 단골 김밥집의 로고를 디자인한 사례 등이 있었다. 그는 “서울에서는 계란 김밥이 유행이라 비싸게 만원씩에도 팔고 있었는데 이 가게는 저렴하게 팔고 있었다. 당시에 간판도 제대로 있지 않지만 너무 맛있어서 단골들이 너무 좋아하는 가게였다. 재료값이 오르면 김밥 가격도 올려야 하는데 쉽게 못 올리고, 그런 곳이어서 잘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했다”며 “제가 한 디자인을 잘 이용하고 계시고 매출도 올리시고 계속 잘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해서 그 디자인이 오래 기억이 남는다”고 했다.

권씨는 “우리 회사 비전이 서울이나 판교에 있는 스타트업에 가더라도 똑같은 환경을 여기에서 구현한다는 것이다. 최신의 IT기술, 디자인 기술에서 밀리지 않는 체계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기업”이라며 “적어도 농부가 가진 고민이나 철학을 조금이라도 더 잘 표현해주는 것이 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하동살이에 대해선 “일장일단이 있는데, 편한데 조용하고 자연 보는 것은 좋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한편으로는 서울의 익명성이 부러울 때도 있었다”라며 “서울은 아무래도 익명성이 강해서 일을 할 때는 일하는 사람이고 나와서는 쉬면 되는데, 여기 하동에서는 아무래도 삶터가 일터가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끝으로 이강희씨와 권경민씨는 “정부도 지방에 기회가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좋다고만 이야기는 못한다. 사람에 따라 지역과 케미(조화나 호흡)라는 게 있는데, 그것은 살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라며 “평화로운 삶을 원하는 사람도 하동에 오는 것이 좋고, 지역에 기회가 많으니 창업으로 치열하게 해보고 싶은 사람도 와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하동군 청년정책= 하동군은 청년들의 참여·권리와 일자리, 주거·경제, 문화·여가 등 방면에서 여러 사업을 특화해 지원하고 있다. 청년정책 관련 의제 발굴 및 제안과 군정 모니터링 등을 위해 청년정책네트워크를 운영 중이다. 또 청년정책홍보단이나 정책자문단 내 교육·청년분과도 운영한다. 청년(마을)협력가 운영 지원사업과 청년 비즈니스센터 조성사업이 있으며, 청년 주거비 지원사업, 하동청년타운 조성사업, 하동형 청년통장 지원사업도 추진한다. 청년 동아리 활동·여가활동비 지원뿐만 아니라 어울림마켓 지원사업, 청년센터 운영, 청년 거점공간 조성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군 지역활력추진단 관계자는 “군은 청년친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고 청년 정책에 반영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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