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사용증후군 예방과 치료] 움직이지 않아 오는 병
신체능력 저하돼 보행·일상생활 어려워지는 질환
골절·관절염·장기 입원·암 수술 환자 등에 나타나
재활 의료기관 지정되면서 본격 재활치료 길 열려
규칙적인 신체활동·근력 강화 운동으로 예방 가능
우주 과학 다큐멘터리를 보면 우주 비행사들이 무중력 환경에서 장기간 임무를 수행한 뒤 지구로 귀환할 때 들것에 실려 이동하는 장면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이는 중력이 없는 상태에서 중력에 저항하는 근육들이 사용되지 않아 심각하게 위축된 결과이다. 우주 비행사들은 일반인보다 월등히 뛰어난 체력과 신체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육 위축을 완전히 예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건강한 사람이라도 질병으로 인해 침상 생활을 하게 되면 근력은 하루에 약 2%, 일주일이면 약 10~15%가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고령의 환자는 한 달 동안 침상에 누워만 있어도 스스로 걷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이는 이동 제한뿐만 아니라 심폐 기능 저하, 관절 구축, 욕창 등의 문제를 동반하며, 궁극적으로 생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급성 질환이나 수술로 인해 신체적 능력이 저하되어 보행이나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경우를 비사용증후군(Disuse Syndrome)이라고 한다.

◇비사용증후군= 비사용증후군은 다양한 원인 질환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중증 코로나19로 인한 장기 입원 치료 환자, 폐렴이나 요로감염과 같은 감염성 질환 환자, 암 수술 또는 항암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있다. 이 외에도 신경학적 질환, 골절, 관절염, 만성 통증 등으로 인해 신체 활동이 제한된 경우에도 비사용증후군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러한 상태를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환자는 남은 삶 동안 휠체어 또는 침상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비사용증후군에 대한 재활 치료가 지연될수록 회복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고, 이는 환자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하시킨다. 비사용증후군은 원인 질환이 완치된 후에도 잔여 장애를 남길 가능성이 있다. 특히 근력 약화로 인해 낙상의 위험이 증가하며, 골다공증과 같은 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낙상으로 인해 골절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
고령 환자의 경우,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과 골밀도가 자연스럽게 감소하기 때문에, 장기간의 침상 생활이 이어질 경우 보행이나 일상으로의 복귀는 훨씬 더디게 진행되거나 불가능하게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가족과 사회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과거에는 비사용증후군 환자가 뇌졸중, 척수 손상 등 중추신경계 손상 환자에 비해 적절한 재활 치료를 받기가 어려운 제도적 환경이 존재했다. 장기간 침상 생활로 보행이 어려워진 환자들이 퇴원 후에도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타인의 도움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회복기 재활 의료기관 제도가 도입되면서 비사용증후군 환자가 충분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최근 보건복지부에서는 기능회복 시기에 집중재활을 통해 장애를 최소화하고 일상생활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회복기 재활 의료기관 지정사업을 실시했으며, 이에 지정된 의료기관에서는 뇌졸중, 척수손상, 근골격계 질환 등의 급성질환자뿐만 아니라 비사용증후군 환자들에게도 동일한 수준의 재활 치료를 건강보험 혜택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비사용증후군 환자 역시 마찬가지로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가 1:1로 환자를 치료하며, 하루 최대 4시간의 집중적인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재활 치료= 비사용증후군 재활 치료의 핵심 요소는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운동 치료다. 우선, 환자의 약화된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근력 운동을 실시한다. 앉기, 서기, 걷기 등의 기본 동작을 재교육하며, 균형을 잡는 훈련을 통해 낙상 위험을 줄인다. 또한 심폐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유산소 운동과 호흡 훈련도 병행한다. 이를 통해 신체의 여러 기능을 회복하고 전반적인 체력을 증진시키며, 재활의 과정을 점진적으로 수행하도록 한다. 전문가와 협력해 각자의 신체 상태에 맞는 운동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회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둘째는 영양 관리다. 위축된 근육의 기능 및 전반적인 신체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영양 섭취가 필수적이다. 단백질과 칼로리를 충분히 공급하며, 필요한 경우 임상영양사들과 의료진의 상의 하에 영양 보충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신체 회복을 지원한다.
셋째는 심리적 지원이다. 장기 침상 생활로 인한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복지사의 심리 상담 및 정서적 지원이 제공된다.
넷째는 지역사회와 연계다. 회복기 재활 의료기관에서 집중 치료를 받은 환자는 퇴원 후에도 지역사회와 연계된 재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방문 재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환자가 가정에서도 꾸준히 재활치료를 이어갈 수 있으며 가정으로의 복귀 후 일상에 적응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예방이 중요= 비사용증후군은 발생 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평소 건강한 상태일 때 일상생활에서 규칙적인 신체 활동과 운동을 하는 것은 비사용증후군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근력 강화 운동과 균형 운동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낙상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급성질환 등의 발병 및 치료로 인해 환자가 침상 안정이 필요한 경우라도 허용 되는 범위 내에서 가벼운 움직임을 시작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여러 가지 위험으로부터 환자가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정비하고, 필요시 보조기구를 적극 활용하여 신체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비사용증후군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뿐만 아니라 가족과 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문제이다. 다행히도 최근 재활 의료 시스템의 발전으로 비사용증후군 환자들도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체계적인 재활치료는 환자가 일상생활로 복귀하고 삶의 질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사용증후군 환자의 회복은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를 통해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줄이고, 나아가 지역사회와 국가 차원의 의료 비용을 절감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의료진과 가족, 지역사회가 협력해 환자의 재활을 지원할 때, 비사용증후군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도움말= 창원 희연재활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 김양수 병원장
김정민 기자 jm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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