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 증상과 예방법] 피할 수 없다면, 철두철미하게
적혈구·헤모글로빈 부족해 산소 공급 안되는 상태
대표적 원인은 철분 결핍… 유병률, 여성이 더 높아
철분제 복용·약물 투여·기저질환 치료로 예방해야
빈혈은 우리 몸에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 수가 부족하거나, 적혈구 내 산소 운반체인 헤모글로빈이 부족해 신체 조직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빈혈이 있으면 피로감, 어지럼증, 창백함 등 다양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남성의 경우 혈색소 농도가 13g/dL 미만, 여성은 12g/dL 미만, 임산부는 11g/dL 미만일 때 빈혈로 정의한다. 빈혈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철분 결핍, 비타민 B12 또는 엽산 결핍, 위장관출혈, 만성질환, 골수 기능 이상, 적혈구 파괴 등이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월경으로 인한 철분 손실과 임신·출산 과정에서 철분 요구량 증가로 인해 남성보다 빈혈 발생 위험이 더 높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10세 이상 인구에서 여성의 빈혈 유병률은 13.6%, 남성은 3.1%로 나타나 여성이 남성보다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원인별로 다른 치료 방법= 빈혈을 방치하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젊은 여성에서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으면 급성심근경색, 뇌졸중과 사망 위험이 증가하지만, 적절한 치료로 빈혈이 개선되면 사망 위험을 20%가량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빈혈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빈혈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그에 따른 치료법도 다르다. 가장 흔한 철결핍성 빈혈은 철분제를 복용하여 부족한 철분을 보충하는 것이 주된 치료 방법이다. 철분제는 공복에 복용해야 흡수율이 높지만, 위장 장애가 발생하면 식사와 함께 복용해도 된다. 비타민 C가 풍부한 음식과 함께 복용하면 철분 흡수율이 증가한다. 반면, 칼슘과 제산제는 철분 흡수를 저해할 수 있으므로 복용 간격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혈색소가 정상화된 후에도 최소 3~6개월 동안 철분제를 복용하여 철분 저장량을 회복하는 것이 권장된다. 철분 저장량이 정상으로 회복될 때까지 철분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철결핍성 빈혈의 재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철분제 복용 중 변비나 메스꺼움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복용법과 용량은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비타민 B12 결핍성 빈혈은 결핍이 심각한 경우 주 1회 주사를 맞는 것으로 시작해 안정되면 월 1회 유지 요법으로 전환하고, 주사 간격은 개인의 상태에 따라 조절한다. 비타민 B12 경구용 약제로 잘 유지되면 주사 대신에 경구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채식주의자나 위 절제술 환자와 같이 비타민 B12 결핍이 지속되는 경우는 평생 유지 요법이 필요할 수 있다.
엽산 결핍성 빈혈은 하루에 엽산 1~5㎎을 복용하며, 일반적으로 혈색소가 정상화될 때까지 몇 주에서 몇 달간 치료한다. 특히 영양흡수 장애가 있는 경우, 임산부 또는 알코올중독자에게서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철 결핍이 동반된 경우에는 엽산과 함께 철분제를 복용해야 하며,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질환에 의한 빈혈은 기저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필요에 따라 적혈구 생성을 촉진하는 약물을 추가적으로 투여할 수 있다. 출혈성 빈혈은 출혈 부위를 정확히 진단해 출혈을 조절하는 것이 우선이며, 심각한 경우에는 수혈해 혈액을 보충하기도 한다.

◇과잉 섭취로 인한 부작용 주의= 철분제나 엽산제, 비타민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러한 제제는 적정 용량 이상을 복용하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만성적으로 철분제를 과다 복용하면 체내 여러 장기에 철분이 축적되어 다양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철분이 심장에 과도하게 축적되면 심장 기능에 영향을 미쳐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또 췌장에 철분이 축적되면 인슐린 분비에 영향을 주어 당뇨병 발생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간에 철분이 축적되면 간 기능이 저하되고, 장기적으로 간경변증이나 간암 등 심각한 간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철분 과잉은 호르몬 대사에도 영향을 미쳐 생리불순이나 성장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요인이다. 또한, 면역체계를 약화해 만성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처럼 철분은 체내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영양소이지만, 과잉 섭취하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엽산과 비타민 B12는 적혈구 생성에 중요한 필수 영양소이다. 그러나 엽산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비타민 B12 결핍 상태에서도 일부 적혈구 생성이 가능해져 빈혈 증상을 감출 수 있는 위험이 있다(마스킹 효과). 이로 인해 비타민 B12 결핍이 진단, 치료되지 않으면 신경 손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비타민 B12는 수용성 비타민이라 과다 섭취해도 일반적으로 소변으로 배출되지만 드물게 피부반응이나 위장 장애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빈혈 치료를 목적으로 철분제, 엽산제, 비타민제를 복용할 때는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하여 필요한 영양소와 적정 복용량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정기적으로 혈액 검사를 받아 체내 영양소 상태를 점검하고, 과잉 섭취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해야 한다.
글= 박상민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국건강관리협회 2025년 건강소식 1월호에서 발췌
(자료제공: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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