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ON- 최종수와 함께 떠나는 탐조여행] (52) 긴부리도요

길 잃은 ‘미조’ 도도한 홀로서기

기사입력 : 2024-12-12 20:48:44

우리나라 희귀 나그네새로 1996년 1월 주남저수지서 최초 관찰
긴 부리로 갯벌·논·습지서 작은 갑각류·연체동물 등 잡아먹어


하늘이 내린 자연의 선물, 순천만은 우리나라 생태관광의 1번지이자 천연기념물 흑두루미의 최대 월동지로 유명한 곳이다. 오늘 탐조 여행의 주인공은 바로 순천만에서 만난 미조(迷鳥), 긴부리도요다.

미조란 ‘길 잃은 새’를 뜻하는 말로, 원래의 서식 지역이 아닌 곳이나 이동 경로를 벗어난 지역에서 발견되는 새를 말한다. 이는 지구온난화, 엘니뇨현상 등 주로 기상이변에 의한다고 알려져 있다.

긴부리도요
긴부리도요

긴부리도요는 동부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서부 해안에서 주로 습지, 이끼밭, 저지대 늪에서 둥지를 틀고 번식한다. 겨울이 되면 북아메리카 남부, 멕시코, 중미, 일부는 동남아시아로 이동하여 월동하며, 이동 중에는 갯벌이나 강 하구, 연못 같은 습지에서 관찰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1월 주남저수지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1999년 12월에는 간월호에서도 관찰된 바 있다. 긴부리도요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희귀한 나그네새이자 겨울 철새로, 주로 봄과 가을철에 하구, 갯벌, 논, 습지에서 불규칙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 순천만 갯벌 탐조여행에서는 두 마리의 긴부리도요가 먹이를 찾는 모습을 어렵게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녀석들은 긴 부리로 갯벌 속에 숨은 먹이를 채식하다가 어디론가 날아간다.

긴부리도요는 곧게 뻗은 긴 부리와 노란색 다리가 인상적이다.
긴부리도요는 곧게 뻗은 긴 부리와 노란색 다리가 인상적이다.

몸길이는 약 29㎝로, 긴 부리는 곧으며, 기부는 녹색을 띤 노란색이다. 허리와 꼬리에는 검은색의 줄무늬가 조밀하며 다리는 노란색이다. 한겨울에 만난 녀석의 깃털은 몸 윗면이 회갈색이고 아랫면은 흰색으로, 겨울철 깃털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긴부리도요는 바닷가 갯벌보다는 민물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며, 긴 부리를 갯벌이나 습지에 깊숙이 찔러 먹이를 잡아먹는다. 주요 먹이는 작은 갑각류, 연체동물 그리고 식물의 씨앗 등이다.

현재 긴부리도요의 개체수는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서식지인 습지가 파괴되면서 지역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최근에는 낙동강 하구, 시화호, 천수만, 남양만, 금강 하구 등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번 겨울에는 긴부리도요를 처음 만났던 주남저수지에서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

최종수(생태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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